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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만경대 유감

주민 생계 위해 서둘러 개방한 만경대 탐방로, 이제라도 등산로 점검하고 예약제 도입해야

[내일을 열며-남호철] 만경대 유감 기사의 사진
강원도 양양군 남설악 오색지구 ‘만경대(萬景臺)’가 개방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1일 개방 당시 명칭은 ‘망경대(望景臺)’였다. 망경대를 중심으로 5.2㎞ 둘레길 가운데 2㎞가 설악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46년 만에 새로 열린 것이다. 남설악 주전골, 만물상 등 단풍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에 개방 첫날부터 몰려드는 탐방객들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달 15일까지 한시 개방한다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개방의 발단은 1년 전 흘림골 산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풍 명소로 유명한 흘림골 탐방로에 큰 바위가 떨어지면서 사상자가 발생해 탐방로는 폐쇄됐다. 오색 상가 상인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탐방로 복구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공단이 복구에 나섰지만 낙석이 계속 이어져 쉽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대체 구간으로 만경대 탐방로를 제시했다. 주민들은 흘림골보다는 못하지만 생계를 위해 지난 9월 12일 공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10월 1일 개방까지 남은 시간은 18일. 공단 직원과 주민들이 부랴부랴 탐방로 정비에 나섰다.

서둘러 개방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탐방로에는 가파른 경사인데도 계단이 없는가 하면 매트가 깔리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침식이 심화된 곳도 수두룩하다. 특히 만경대 정상 주변이 심각하다.

한시적 개방이다 보니 비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국 각지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관광버스를 이용해 찾았다. 탐방로가 좁은 탓에 입구를 통과해도 빨리 가지 못하고 서 있기 일쑤고 새치기 등 무질서도 난무했다. 주변 도로는 심한 정체로 혼잡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계령에서 오색까지 차로 10분이면 갈 거리가 한 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니 ‘절경’을 보려다 ‘절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고도 잇따랐다. 개방 이후 만경대 구간에서만 10건을 넘어섰다. 대부분 사고가 정상이나 가파른 하산길에서 일어났다. 탐방객이 추락해 중상을 입는가 하면 하산하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급하게 탐방로가 개설되면서 흙을 쌓아 다진 목재 계단 외에는 철제 계단이나 난간 등 급경사에 걸맞은 안전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결과다. 비가 내려 기상이 악화되면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입산이 통제되면서 헛걸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명칭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의 ‘망경대’와 ‘1만 가지 경관을 볼 수 있다’는 뜻의 ‘만경대’로 혼용되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단순히 2001년 공원 계획을 세우면서 썼던 명칭이라는 이유로 탐방로 명칭을 망경대로 정리했다. 하지만 양양문화원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러 학자의 문집과 그동안 발간된 양양향토지 등 문헌적 근거를 제시하며 명칭 수정을 요구하자 불과 3주 만에 만경대로 변경했다. 만경대라는 이름은 국내에서 흔하다. 설악산에만 해도 남설악 만경대 외에 외설악 화채능선의 만경대,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등 3곳이다. 역사적으로 적지 않게 등장하고 현재에도 많이 쓰이는 명칭을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만경대가 개방된 뒤 본격적인 단풍 시즌과 맞물려 오색지구 지역상권도 모처럼 특수를 맞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준비’와 ‘소통’ 없이 서둘러 개방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가져온 것은 많은 시사점을 낳는다.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지금이라도 등산로 재점검, 예약제 도입 등 다양한 개선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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