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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반대했던 총리 등장… ‘보류론’ 고개

김병준 내정자, 과거 칼럼·인터뷰서 여러 차례 입장 피력

국정 교과서 반대했던 총리 등장… ‘보류론’ 고개 기사의 사진
국무총리로 2일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정화에 부정적인 총리가 등장하자 교육부 내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순실 교과서’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추진 동력도 잃어버린 상태다.

김 내정자가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높인 시기는 지난해 10∼11월에 집중돼 있다.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밝히고 여론 수렴 작업을 하던 시기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투데이뉴스 ‘김병준의 말, 교과서 국정화의 칼’이란 칼럼에서 포문을 열었다. “(국정화로) 역사인식과 해석을 하나로 만든다? 글쎄, 결국 어느 한쪽을 죽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대통령과 정부가 밀어붙이면 몇 해야 가겠지. 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같은 달 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에선 더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글로벌화, 정보화와 함께 역사는 다양성을 향해 흐르고 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다. 여기에 국정화로 획일성의 둑을 쌓는다? 아서라. 다양한 역사인식은 큰물이 되어 범람할 것이고 그 둑은 큰 물줄기 아래 초라한 모습으로 있다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해 11월 25일 일요신문 ‘정치평론가 전계완 직격인터뷰’에선 국정화가 ‘시대착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은 잘 모르면서 소신이 강하다.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혼이라는 말로 언급했지만 다양성 안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다양성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박정희정권처럼 국가가 나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소신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김 내정자는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좌편향’됐다면서 양비론을 펴기도 했다. 동아일보 칼럼 ‘지금이라도 회군하라’에서 “좌편향 교과서 5종이 90%로, 또 다른 방향으로의 획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국정이냐 검인정이냐 등 교과서 발행체제는 교육부 장관의 권한이다. 그러나 ‘책임총리’에 힘이 실리면 국정 역사교과서의 추진 동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황교안 총리는 지난해 11월 3일 ‘국정화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로 교육부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 내정자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국정화를 주도했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최순실(60)씨 최측근으로 불리는 차은택(47)씨의 외삼촌으로 밝혀지면서 ‘최순실 교과서’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 내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일정을 1년 보류해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직원은 “이미 ‘최순실 교과서’로 프레임이 만들어져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부만 덤터기 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글=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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