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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신학적으로 어떻게 봐야할까<상>] “최태민 그림자, 영적문제 둔감해진 교계 향한 경고”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에게 듣는다

[최순실 사태, 신학적으로 어떻게 봐야할까<상>] “최태민 그림자, 영적문제 둔감해진 교계 향한 경고” 기사의 사진
최태민·최순실 ‘게이트’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줬다. 한국교회 성도들도 이 사건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최태민씨의 행각과 관련한 교계의 연구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본격 연구를 시작한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자 2명을 잇달아 만나 이번 파문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들어봤다.

“이 문제는 분명히 말하지만 영적 문제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교회가 보수·진보라는 진영논리에 빠져 사이비 종교적 측면을 못 봤다는 겁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역사를 정치권력 속에서 보려 했던 점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정병준(사진) 서울장신대 교회사 교수는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정권을 무조건적으로 편들기보다 권력을 감시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석사, 호주 멜버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회사학자다. 세계선교협의회(CWM) 이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에큐메니컬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어 에큐메니컬 진영의 소장파 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태민씨는 아마도 1974년 엑스플로 74대회를 보면서 ‘기독교를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최씨가 대한구국선교단 단장에 끌어들인 강신명 목사는 한경직 목사 다음으로 당시 교계를 대표하는 지도자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74년 육영수 여사 암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으로 공개석상으로 끌어들인 최씨는 박 대통령이 공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면서 “최씨는 이때부터 반공과 결합된 기독교를 앞세워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진보 기독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대지점에 서 있었다”면서 “그런데 보수 기독교는 반공을 외치며 박정희 대통령을 도왔다. 반공주의와 결합된 기독교는 베일에 쌓여있던 최태민이 이단인지, 사이비 종교인지 의심하지 않은 채 함께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처럼 치열한 좌우 대립의 상황 속에서 튀어나온 영적 문제로 한국교회를 향한 경고와 같다”면서 “신학적으로 봤을 때 사울이 무당을 통해 사무엘의 영성을 불러낸 사건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얼마나 분별력이 없었는지 박 대통령이 사과하기 직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은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라고 예외는 아니다. 80년대까지 민주화를 외쳤던 진보 교계도 이후 권력에 기대 이권을 누렸고, 지금도 마피아처럼 패거리를 지어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는 미스바의 회개운동, 바벨론 포로 이후 이스라엘 공동체의 재건운동처럼 죄를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더 이상 힘 있는 자들, 정치권력에 휘둘리거나 쉽게 타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교회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패러다임이 아닌 통합적인 성경적 가치로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그럴 때 물질 권력과 결합된 이교도적인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교회는 정신을 차리고 망가진 예언자적 전통, 통찰력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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