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업들, 내년 투자 ‘밑그림’도 못 그린다

정부 경제운용 사실상 마비, 미래 대비마저 소홀해져 경제에 또 다른 악재 작용

최근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최순실 게이트 파문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투자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정부의 경제운용이 사실상 올스톱된 데다 기업 실무진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어서 기업들이 내년 투자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미래 대비마저 소홀해질 경우 한국경제 전반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통상 11월 초중반까지 내년도 투자 계획안을 마련한 뒤 수차례 회의를 통해 12월 초쯤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최순실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손놓은 상태다.

A그룹 관계자는 2일 “기업들은 환율, 중국 및 미국 경기 외에 내수 움직임, 각종 경제법안 발의 추이 등을 검토하면서 내년도 투자 계획을 세우곤 한다”며 “최순실 사태로 정부와 국회 활동이 사실상 마비된 데다 소비심리는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여서 투자를 위한 경기 진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수산업이 주력인 B그룹 관계자는 “정치 불안정성은 내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우리 그룹은 11월에 내년 매출과 수익성 등에 대한 계획안을 거의 확정짓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제품 결함 및 오너리스크 등으로 야기된 악재를 떨쳐내고 내년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최순실 사태로 차질이 빚어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단종에 따른 실적 악화를 딛고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등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내년 도약을 강조했지만 최순실 딸의 승마 지원이라는 악재가 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는 정치적 문제가 사업 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낸 대기업들은 이달 안에 진행될 검찰 조사 리스크도 부담이다. 특히 롯데 CJ SK 등 오너리스크를 겪은 그룹의 경우 임직원들이 또다시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는 것 자체가 기업 투자심리와 신뢰도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하루빨리 국정을 안정시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다독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그룹 관계자는 “최근 경기지표가 악화돼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복지부동 상태에 빠져 자칫 내년 국가경제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국가신인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가 경제만은 정치 바람을 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