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한국 NCC 업체들, 저유가·中 석탄값 고공행진에 ‘방긋’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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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ethylene)은 석유화학산업의 기본이 되는 화학물질이다. 에틸렌은 합성섬유나 합성수지, 합성도료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중간제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에틸렌의 생산량과 사용량은 각국의 석유화학산업의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에틸렌을 주식인 ‘쌀’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864만t(2015년 기준)에 이른다. 미국·중국·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각국, 서로 다른 에틸렌 생산 전략

현재 에틸렌을 뽑아내는 방식은 원료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납사(naphtha)를 기반으로 한 납사크래커(NCC) 방식과 셰일가스 등에서 뽑아낸 에탄을 원료로 하는 에탄크래커(ECC) 방식, 석탄을 기반으로 한 석탄분해방식(CTO) 등이다. 이 중 NCC가 에틸렌 생산에 가장 많이 이용돼 왔다. 셰일가스 시추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ECC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섰고, CTO 등과 비교할 때 효율성 측면에서 나았다. 에틸렌뿐만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다양한 제품들이 부가적으로 생산된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LG화학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이 국내외에 NCC 시설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2000년 중반부터 셰일가스 추출기술이 진보하면서 ECC 공장에 원료로 쓰이는 에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풍부하고 기술력을 확보한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ECC시설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납사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에틸렌 수입시장인 중국은 석탄을 중심으로 한 CTO시설을 늘려 나갔다. 여기에는 매장량 세계 1위인 자국의 석탄자원을 화학산업에 이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국내 업계에서는 NCC가 이런 공세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석탄가격 상승과 저유가 ‘호재’

그러나 이런 우려는 최근 반전됐다. 2014년부터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납사가격도 떨어졌다. NCC설비를 보유한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반대로 중국의 석탄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 환경이슈가 부각되면서 대기·수질오염 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 석탄기반 화학산업은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국영정유사 시노펙과 SK종합화학이 만든 중한석화 공장의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내 NCC공장을 운영하는 중한석화는 첫해 1476억원의 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 4650억원을 벌어 들였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중국의 에틸렌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석탄가격 상승으로 인한 CTO 경쟁력은 떨어지면서 중국 내 NCC공장도 호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주요 에틸렌 생산시설 상황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을 돕고 있다. 지난달 독일의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의 NCC 시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연간 에틸렌 68만t을 생산하던 이 시설은 당분간 재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에는 네덜란드 석유화학사 쉘의 싱가폴 NCC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가동중단 상태다. 일본에서도 낙후된 NCC설비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에틸렌 수급공백이 생기면서 당분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NCC공장에서 만들어진 에틸렌은 품질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급이 타이트해진 만큼 국내 업체들이 에틸렌 사업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최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NCC 경쟁력 강화를 내용에 포함시켰다. LG화학은 충남 대산에 위치한 NCC공장을 2019년까지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104만t을 생산하는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127만t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세계 NCC 단일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이다. LG화학은 여수NCC공장의 생산량 116만t을 더하면 총 243만t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불안한 유가’에 업체들 포트폴리오 고심

업계에서는 이런 호황이 최소 2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에 기댄 호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거나 셰일가스 생산국과 현재 벌이고 있는 치킨게임 양상에 따라서 유가가 갑자기 오를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원유를 모두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화학업체 액시올(Axiall)과 합작해 ECC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가 원료로 쓰일 예정이다. 2018년 완공 예정인 이 설비의 에틸렌 생산량은 100만t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가동 중인 NCC설비와 미국 ECC설비를 동시에 운영하게 된다. 에틸렌 생산 원료를 다양화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가변동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도 천연가스를 이용한 ECC공장을 건설해 올해부터 가동 중이다.

SK종합화학은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제2의 중한석화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SK종합화학은 그 일환으로 중국의 NCC 업체인 상하이세코의 지분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국내 NCC공장 증설로 에틸렌 생산량을 늘리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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