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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김기춘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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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재직 당시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졌다. 숱한 의혹이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그가 책임지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공직기강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발표하던 박 대통령의 노기 띤 얼굴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면 ‘어이상실’이긴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이 정권 출범에도 지대하게 기여했고, 공직 인사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총책임도 맡았었다. “윗분의 뜻을 받들어…”라는 봉건적 표현이 세간에 회자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그가 이번 사태 수습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야당 의원이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가 최태민의 사이비 교주 행태 및 갈취 등에 대해 조사할 때 중정의 핵심 보직에 있었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단다.

김 전 실장이 문체부 차관에게 국장급 6명 명단을 통보하며 자르라고 지시했다는 전직 문체부 장관의 증언이 나왔다. 당시 관가에 구체적으로 퍼졌던 얘기다. 문체부는 이후 문화융성이라는 이름 아래 최순실 사업에 뒷돈 대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는 “인사위원장으로서 인사위 소관에 대해서 알지, 부처의 다른 인사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럴까. 그가 비서실장 때 어느 장관급이 차관·1급 인사안을 청와대에 올렸다. 한참 답이 없다가 아예 인사 내용이 바뀌어 내려왔다. 장관급 인사가 버티며 거부했다. 그랬더니 “VIP의 뜻”이란다. 이런 사례는 많다. 관련자들이 입 열기 시작하면 비상식적 인사 사례는 또 얼마나 나올까.

대통령도 수사하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검찰도 고민되는 모양이다. 아마 제 살길 찾기 위해 몇몇 고위직을 잡아넣을 게다. 근데 김기춘을 조사하려는 검찰 내 움직임은 없다. 합리적 의심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 같은데 말이다. 검찰 내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센 존재인가보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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