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4> 핼러윈 기사의 사진
핼러윈 축제. 국민일보DB
더블린을 여행하다보면 고통이 엄습해오는 묘한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 동상이다. 이때부터 아일랜드인들의 미국 이민 행렬이 시작됐는데 1997년 개봉했던 영화 ‘타이타닉’이 그 예다. 당시 영화의 배경은 1912년으로 이후에도 이민 행렬은 이어졌고 자연스레 아일랜드의 다양한 문화가 미국으로 전해졌다. 그 숨은 주인공이 바로 핼러윈이다.

핼러윈은 원래 고대 켈트족의 해넘이·해맞이 의식이었다. 켈트족은 1년을 열 달로 계산하는 독특한 달력을 사용했는데 11월 1일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 죽은 영혼들이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인간세상을 다니러 온다고 믿었다. 그 와중에 지하세계의 문이 열리게 되고 죽은 영혼들 중에 못된 마녀와 악령들이 함께 올라와 인간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유령과 비슷하게 분장해 나쁜 악령들을 착각시키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놀이가 오늘날 핼러윈 축제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미국으로 전파된 핼러윈 축제는 1950년대까지 아일랜드 이민자들 사이에서 소박하게 즐기던 비주류 지역축제에 불과했다. 본토에서는 무를 쓰던 것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풍부한 식재료인 노란 호박으로 변했고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흔한 먹거리인 사탕, 초콜릿 등이 대거 등장했으며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같은 소설 속 유령들이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쉽게 말해 핼러윈이 미국 땅을 거치면서 놀기 좋게 가공됐고 유럽과 남미, 아시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핼러윈은 아직까지 따라하는 수준이다. 이태원 밤거리엔 분장한 젊은이들이 외국인들과 뒤엉켜 쓰러져 있고 볼썽사나운 폭력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학부형들 사이에서도 ‘명절에 한복도 안 입는데 핼러윈 의상 구입에 혈안이 되다니 부끄럽다’며 탄식이 쏟아진다. 이젠 한국형 핼러윈을 고민해 보자. 100년에 걸쳐 대륙을 돌아온 핼러윈이 한국에서 이대로 추락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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