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재계도 ‘최순실 게이트’ 진실 밝혀야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재계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설립·운영 등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50여개 기업에 대해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조사를 마친 롯데와 SK 외에 관련 기업들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단 설립과 기금 출연 과정에서 최씨 측이 청와대를 동원해 압력을 행사한 증거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속칭 ‘대기업 삥 뜯기’ 의혹도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다.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53개사다.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은 50억원 이상을 출연금으로 냈고 포스코, LG화학, 대한항공 등은 수십억원의 돈을 내놨다. 12개사는 지난해 적자로 법인세를 낼 돈도 없는 상황에서 출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K스포츠재단은 올해 2월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부영의 이중근 회장을 만나 70억원대의 투자를 요구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2일 공개된 재단 회의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안종범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도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고 한다. 삼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을 들여 명마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CJ그룹은 최씨 측근 차은택씨의 입김으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돈이 나올 만한 대기업들을 다 쑤시고 다녔다는 방증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파문에 휩싸인 기업들은 “‘슈퍼갑’인 정권에 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해하고 있다고 한다. 초대형 정경유착 사건으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 현실에서 기업의 이런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CEO의 이해관계나 부당 이득을 위해 정권과 유착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라도 ‘검은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 첫 발걸음은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앞장서는 것이다. 이것만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