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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진정성 믿어달라” 눈물의 호소… 野는 “쇼” 일축

김병준 총리 내정자 “자리 연연 않겠다”… 공허한 메아리 되나

김병준  “진정성 믿어달라” 눈물의 호소… 野는 “쇼” 일축 기사의 사진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총리 수락 이유 등을 설명하다 갑자기 북받친 눈물을 닦고 있다. 김지훈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 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종 비장한 표정으로 민감한 정국에 총리직을 수락한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호소를 이어갔다. 북받치는 감정에 중간중간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견발표회를 방불케 한 김 내정자의 소신 발언에도 야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하야’ ‘장외투쟁’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김 내정자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렸다.

국정 중단 막겠다는 소신

김 내정자는 야권 등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적 분노 앞에 얼마나 큰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몰라서 그러느냐.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준비한 모두발언을 읽어가는 목소리는 긴장한 듯 잠기고, 떨렸다. ‘책임’ ‘역사적 소명’ 등의 대목에서는 여러 번 울먹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밝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취재진 앞에 섰던 전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에 대한 뜻을 다 펼치지 못했던 경험을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결심의 배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정치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지났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에 저도 동의했었다”며 “세상을 바꿀 수 없나라는 무력감에 고민하던 차에 대통령의 제안이 왔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무현 정신은 이쪽저쪽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노무현 정신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야당 설득 실패하면 자리 연연 안 해

김 내정자는 야당 반대로 총리인준안의 국회통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당연히 화도 나고 저에 대해 섭섭한 것도 많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략적 접근보다는 진심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설득에 실패한다면 총리직 지명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해 총리직을 제안 받은 시점에 대해선 토요일인 지난달 29일이라고 정정했다. 총리 권한과 범위에 대해 얼마만큼의 확답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경제·사회정책 부문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박 대통령에게) 저에게 맡겨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책임총리로서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권을 포함한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걸친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내정자는 최순실 사태 본질을 “대통령 권력과 대통령 보좌체계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과 보좌 시스템의 난맥상이 국정운영 전반에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문제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해결책으로는 ‘협치’를 내세웠다. 그는 “앞으로 국정은 협치 구도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뜻을 다 모아 큰 뜻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THAAD) 문제나 국정교과서 논란 등 핵심정책이 박 대통령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총리 중심의 여야 협치 구도를 만들어 거국중립내각 실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병준 책임총리가 가능할까

김 내정자의 소신에도 불구하고 김 내정자의 구상은 혼자만의 구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야권이 ‘김병준 총리카드’를 박 대통령의 국면전환용 쇼로 일축하고 있어서다. 정의당은 김 내정자의 간담회에 대한 논평에서 “김 내정자의 진심은 역사적 과오로 남을 수 있다”며 지명 거부 결단을 촉구했다.

당초 시국과 총리 인준 가능성에 대한 김 내정자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책임총리 얘기만 하고 서둘러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는 지적이다. 야권의 거부가 명확할 것이라는 예상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3당이 이미 인물 됨됨이나 주장과 무관하게 인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라고 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김 내정자가 무슨 말을 했건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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