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뷰-박진규] ‘지저스웨거’ 비와이 현상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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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중문화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올여름 Mnet의 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한 래퍼 비와이를 떠올릴 사람이 많다. 그런데 비와이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독교와 힙합의 조합은 꽤 낯설다. 그런데 그는 처음부터 기독교 신앙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자신의 랩에서도 이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이 낯선 조합을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비와이의 랩 대부분은 기독교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종교적 내용의 가사를 빠른 비트에 실어 신앙고백을 한다. 대중은 힙합정신을 표현하는 ‘스웨그’와 예수를 합쳐 ‘주님스웩’ ‘지저스웩’이라는 새로운 말로 비와이에 열광한다. 그에 대한 대중의 호의적인 반응은 기독교에 대한 불인정과 비판이 상식이 돼버린 시대에 꽤 이례적이다.

비와이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반응은 뜨겁다.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한 후 많은 교회의 설교 예화에 그가 등장한다.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아주 보수적이었던 교회들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 신앙이 강하게 담긴 노래를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불렀을 뿐 아니라 엄청난 경쟁을 뚫고 ‘정상’ ‘1등’에 오른 비와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칭찬한다. 세속사회에서 성공한 크리스천의 성공담, 간증거리로서 자격요건을 훌륭히 잘 갖춘 사례라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비와이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현상은 단지 크리스천의 성공사례나 바람직한 크리스천 문화사역을 보여준 것 이상의 의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와이를 한국교회가 들어야만 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촘촘하게 읽어낼 필요가 있다.

종교사회학은 현대사회를 초월성에 대한 관심 자체가 아예 박탈된 탈종교 시대로 규정하면서 이 시대에 대중문화 스타는 종교를 대신한다고 말한다. 스타는 스스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영적 의미의 제공자가 되면서 ‘신(god)’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와이는 스스로 신이 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믿는 신을 드러낸다. 그가 속한 힙합 장르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는 더 이채롭다. 힙합의 정수를 표현한다는 ‘스웨그’는 본질적으로 ‘자기도취’ ‘자기만족’ ‘허세’ 등을 전제로 한다. 원래 권력 관계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가치를 과장되게 드러냄으로써 그 권력에 저항한다는 힙합정신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비와이의 랩은 자기보다는 자기 뒤에 존재하는 하나님을 노래하고, 자신이 아니라 그분만이 숭배의 대상이 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대중은 이런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기독교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자칫 자신의 인기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신앙을 밝힌 것을 멋진 용기라고 칭찬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너무나 보편화된,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중은 기독교 자체에 반감을 갖거나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비판은 기독교의 ‘어떤’ 모습을 향한 것이며, 기독교인에 대한 반감은 기독교인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모습의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비와이를 통해 이 시대에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해 달라는 세상의 요청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비와이가 매력적인 크리스천인 건 그가 한국사회의 오늘과는 뭔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와이는 모두가 물질만을 바라보고, 돈과 경제적 성공만을 좇는 이 시대에 이를 과감하게 거스르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외친다.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물질적 성공만이 최고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지쳐갈 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래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돈이 전부인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당당하게 비물질적인 것의 가치를 외치는 래퍼는 매력적이다. 세상은 교회가 이런 대안적인 가치를 이야기해 주기를 바란다.

힘든 시대다. 사람들이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는 건 실망과 좌절, 피로, 고통, 그리고 신음뿐이다. 비와이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이런 세상을 향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다.

글=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삽화=전진이 기자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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