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이단·사이비 전문가 탁명환 기사의 사진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는 가운데 낯선 이름 하나가 최근 급격히 떠올랐다. ‘탁명환’. 다수의 국민들은 처음 듣겠지만 종교계에선 널리 알려진 이단·사이비 등 신흥종교 전문가다. 연구의 순수성에 대한 세평이 다소 엇갈리기도 하지만 이 분야에 관한 한 국내 어느 누구보다 정통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가 남긴 자료 등을 통해 최태민씨가 무속인이라는 결정적 사실들이 재확인됐다. 최씨가 무당들도 무서워했던 ‘큰 무당’이었다는 새로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최씨 부녀가 박근혜 대통령을 수십년간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에 무속적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종교적 실체에 관심이 쏠렸다.

탁씨는 앉아서 탐구하는 학자라기보다 신흥종교의 반사회성에 몸으로 맞선 행동가였다. 다수의 이단 및 사이비들이 종교의 이름을 앞세워 교주를 신격화하며 사기, 폭력, 성폭행, 살인 등 범죄를 일삼는 집단이란 실상을 폭로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까닭에 늘 고소와 고발, 폭력에 노출됐으며 급기야 1994년 한 종교단체 신도의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57세였다.

1972년 출간된 그의 첫 저서 ‘한국의 신흥종교’는 이 땅에서 명멸했던 신흥종교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출간 1년 만에 4쇄를 찍을 정도였다. 나는 80년대 초반 우연찮게 이 책을 읽었다.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많은 유사종교들이 상상 이상의 엄청난 비리에 연관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탁씨의 자료에는 최태민씨가 구국선교단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시절 그에게 동조했던 목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고 CBS가 최근 보도했다. 돈 몇 푼 받고 가짜 목사 직위를 줬거나 최씨가 주최한 행사에서 기도 등 순서를 맡았던 유명 목회자들의 이름이 거명돼 있다. 그는 본인이 발행한 잡지 현대종교 1988년 6월호 기사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기독교계의 물을 흐려놓은 장본인들이 일언반구 회개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우연찮게 드러낸 한국교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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