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2부>] 佛, 부지 논의에만 ‘20년 공든 탑’… 민심 얻고 수익창출 기사의 사진
프랑스 파리에서 300㎞ 거리의 ‘뷰흐’ 지역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연구시설에서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 직원이 높이 4.5m에 달하는 지하 갱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르면 2025년부터 프랑스 원전 58기에서 나오는 1만2000여t의 방사성 폐기물이 이곳에 영구 처분될 전망이다. ANDR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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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뷰흐(Bure) 지역. 치즈와 보리 농사를 짓는 인구 90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한편에 갈색의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안드라·ANDRA)이 운영하는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연구시설이다. 심지층처분이란 폐기물을 지하 깊은 곳에 묻는 방식을 뜻한다.

매튜 세인트루이스 안드라 홍보 매니저가 설명한 시설 내부는 견고한 느낌이었다. 깊이 490m의 점토층에 폭과 높이가 4.5m에 달하는 거대한 아치형 갱도가 이어져 있었다. 1억5000만년 전 생성된 두께 130m의 촘촘한 점토층 군데군데에는 12m 간격으로 센서가 설치됐다.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열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설 부지는 안정된 지반을 가지고 있어 방사성물질 누출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

이 점토층에 지름 70㎝, 길이 80∼100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관을 삽입하고, 재처리된 사용후핵연료를 그 안에 채워넣어 밀봉한 뒤 점토로 덮겠다는 게 안드라의 계획이다. 현재 안드라 소속 엔지니어들은 모형 핵연료로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다. 법령 정비를 마치면 2025년부터 프랑스 내 원전 58기에서 나오는 1만2000여t의 방사성폐기물이 이곳에 영구 처분된다. 제라드 우주니앙 안드라 국제협력이사는 “뷰흐 지역은 단순한 폐기물 처분장을 넘어 원자력 관련 부가가치가 재발현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뷰흐 연구시설은 프랑스 정부가 1991년 제정한 방사성폐기물관리법(바타이유법)에 의거해 건설됐다. 58기의 원전을 운영하며 세계 2위의 원자력 강대국으로 떠오른 프랑스는 60년대부터 폐기물 처리를 고민해 왔다. 논의 끝에 심지층처분 방식을 가장 안전한 처리법으로 결론 낸 프랑스는 92년부터 부지 물색에 착수했다.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프랑스였지만, 처음엔 주민 반발이 극심했다. 안드라와 정부는 안전성과 주민 호응을 바탕으로 32개 후보 지역을 8곳, 4곳, 3곳, 1곳(뷰흐)으로 점차 줄여나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조정을 맡아 16개월간의 국민 토론이 이뤄졌다. 온라인 등을 통해 무려 7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런 식으로 20년 가까운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게 안드라의 평가다.

현재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연구시설에서 2분 거리에 식당을 운영 중인 미셀 말트루드(67)씨는 “300여명의 공무원이 몇 년간 찾아와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고, 뷰흐가 최적지’라고 설명했다”며 “오랜 기간 설득을 통해 주민 모두 시설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주민이 아니라 대부분 타 지역에서 온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라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지난 2일 시설 근처의 한 건물에도 이들 단체가 붙인 ‘핵발전을 멈추라’는 피켓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뷰흐의 한 주민은 “이미 주민과 정부 간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사안인데 제삼자가 시설로 들어가는 차량을 공격하는 테러도 해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심지층처분 외에도 프랑스는 ‘재처리’를 통해 핵연료 자체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다른 국가의 핵연료를 가져와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원자력 관련 대기업 ‘아레바(AREVA)’가 운영하는 재처리 시설은 파리에서 서쪽으로 350㎞ 떨어진 ‘라 아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선 한해 17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1조5757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최종 쓰레기로 남는 분량은 단 4%에 불과하다. 핵분열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우라늄(95%)과 플루토늄(1%)을 떼어내 원전 연료로 다시 사용하고 나머지만 버리는 게 재처리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2030년까지 핵 재처리 시장이 1200조원대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전에서 나온 핵연료는 캐스크라 불리는 100t짜리 안전장비에 담겨 라 아그로 운반된다. 이후 캐스크에서 나온 연료봉은 수심 9m의 수조에서 3년 동안 열을 식힌다. 400도에서 20도로 온도를 낮춘 연료봉을 30㎝ 길이로 잘라 질산염으로 녹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의 부피는 20%, 독성은 10%로 줄어든다. 천연 우라늄도 25%가량 비축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바란다스 아레바 사용후핵연료사업부 부사장은 “프랑스에 있어서 핵연료 재처리는 필요한 처분장을 줄여주고 수익까지 가져다주는 도구”라며 “재처리와 심지층처분 등 2개의 축을 통해 핵연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국회 협의 과정에서 내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예산은 50억원 삭감됐다. 연구원이 위치한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핵연료 연구를 거부하는 주민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핵연료 연구를 또 다른 산업으로 접근하는 프랑스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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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흐=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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