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역문화재단 14곳 중 13곳 ‘예술강사 지원사업’ 포기… 내년도 학교예술교육 파행 우려 기사의 사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예술강사가 가르치는 예술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진행되는 예술교육은 국악·연극·영화·무용 등 8개 분야에서 시행 중이다. 국민일보DB
예술가를 학교에 파견해 예술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파행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으로부터 해당 사업을 수탁 운영하는 전국 광역문화재단 14곳 가운데 13곳(대구문화재단 제외)이 수탁 반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재단은 지난달 27일 내년도 학교 예술강사 고용계약 체결 불가 입장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미 시작했어야 할 내년도 학교 예술강사의 선발 등 준비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0년 문체부에서 일자리 창출 및 국악교육 정상화를 위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국악인을 파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5년 문화예술교육진흥법 제정과 함께 문체부와 교육부의 진흥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예술 장르 역시 국악·연극·영화·무용·만화 및 애니메이션·디자인·사진·공예 등 8개 분야로 점차 확대됐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 8777개교에 강사 5047명이 파견됐으며, 사업비는 860억원에 달했다.

진흥원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2011년부터 16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로 업무가 일부 이관됐다. 2009년 대법원이 예술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진흥원은 강사 선발과 배치 등 운영 관리 업무를 센터에 넘겼다. 이에 따라 대부분 광역문화재단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센터가 예술강사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최근 광역문화재단들이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예술강사의 처우 및 고용 문제에서 비롯됐다. 예술강사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시간당 강사료가 4만원으로 동결돼 있다. 그리고 한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근로자로 분류돼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의 적용은 물론 국민건강보험의 직장가입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하지만 2013년 설립된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이 고소 등 송사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에 적극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기계약직 변경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는 예술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라 2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 전환되는 대상이 아니지만 일부 법률가들은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광역문화재단들이 2015년부터 문체부에 계약주체의 진흥원 일원화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지난 3월 예술강사의 사용자는 진흥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A 광역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술강사 노조와의 단체교섭 등 각종 법적 책임을 수탁자에 불과한 광역문화재단이 떠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예술강사들이 차후 무기계약직으로 변경돼 재단 소속이 되면 열악한 재정을 가진 재단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본래 목적인 예술창작 환경 조성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B 광역문화재단 관계자는 “문체부는 지난 2월 공문을 통해 2017년부터 예술강사 계약주체를 진흥원으로 일원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 8월 문체부가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광역재단들도 예술강사 사업을 포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 관계자는 “진흥원이 계약주체가 되는 것에 대해 기재부의 반대 때문에 할 수가 없다. 현재 광역문화재단들을 설득하고 있다”면서 “학교 예술강사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의 대상이 아닌데도 광역문화재단들이 너무 앞서서 우려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광역문화재단들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민간에서 새로운 운영자를 뽑을 수 밖에 없는데,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 광역문화재단 관계자는 “문체부는 최근 광역문화재단이 담당해온 센터에 대해 아예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예술 관련 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회유하는 것이다”면서 “문체부가 광역문화재단에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광역문화재단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학교 예술강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학교들 역시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장기화될 경우 수업에 차질을 빚게 돼 학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술강사노조 관계자는 “진흥원으로 계약주체가 일원화 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문체부와 지역 광역문화재단의 갈등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예술강사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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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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