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우리 대통령은… 기사의 사진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로 나온다. 한국 대통령 지지율 5%의 10배다. 뭘 그리 잘해서 미 국민의 과반이 8년이나 재임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놀라운’ 수치 하나를 접했다. 그가 재임 중 가진 기자회견 횟수가 158회, 연평균 20회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10회(연평균 26회)보다는 적지만.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제풀에 지쳐 질문을 하지 않을 때까지 회견을 계속한다.

우리 국민이 싫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그 역시 자국에서는 지지율이 안정적인 50%대다. 그런데 일본 국민들은 물론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까지 아베 총리가 매일 무슨 회의를 하고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다 안다. 전날 총리 동선이 다음 날 조간신문에 낱낱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동선’은 총리 관저에서 발표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총리 집무실 직통 엘리베이터 앞에 버티고 서서 기록한다. 그랬더니 4년간 오찬·조찬·만찬·회식이 1000번을 넘었다.

그럼 대한민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이 다 돼 가는 동안 5회(연평균 1.25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질문도 거의 받지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지만 지금까지 100초짜리 사과와 대국민 담화가 전부다. 솔직히 청와대 출입기자는 ‘춘추관 출입기자’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춘추관을 벗어나 청와대 경내에 들어가는 경우는 공식 행사의 풀 기자를 빼면 없다. 청와대 측이 제공하는 기사 외에 다른 걸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최순실 사태의 기저에는 이 같은 대통령의 신비주의와 불통이 깔려 있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누굴 만나고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알았다면,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서라도 국민과 소통을 했더라면…. 이제와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배신감이 크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한민수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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