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결혼 이주여성을 둘러싼 의문의 방화사건 기사의 사진
산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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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문화사회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근로자 이주로 다문화 인구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을 담는 거울인 문학에서 피부색이 다른 그들은 변방에 머물렀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 건 청소년 소설 ‘완득이’ 정도인데, 동남아 결혼 이민자가 주인공 완득이의 엄마로 나와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199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서성란(49·사진) 작가의 신작 장편 ‘쓰엉’(산지니)은 베트남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동남아 출신 결혼 이주자에 대한 차별 같은 사회적 비판을 넘어 사랑과 욕망 등 인간의 개인 문제까지 녹여내 울림의 진폭이 크다.

베트남 여성 쓰엉은 젊고 건강하다. 그녀는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만난 김종태와 결혼해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지만 남편은 모른 척 한다. 마을에는 소설가 이령과 문학평론가 장규완 부부가 도시에서 이사와 ‘하얀집’을 짓고 동네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 그들 역시 마을 사람 입장에서는 쓰엉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이다.

조용하던 이 시골 마을에 방화사건이 일어난다. 쓰엉의 집이다. 하필 쓰엉이 없을 때 불이 났고 시어머니는 죽게 된다. 남편 김종태는 방화범이 쓰엉이라 굳게 믿고, 농사일도 팽개치고 술주정뱅이로 살아간다. 생계를 위해 쓰엉이 하얀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하얀집에는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쓰엉이 절대 열 수 없는 의문의 다락방이 있다. 이곳에 장규완의 아내 이령이 죽은 듯 누워 지낸다. 장규완은 소설가 이령의 재능과 관능에 반해 재혼했다. 행복도 잠시, 이령은 마을 관목 숲에서 만난 벙어리 사내를 피해 달아다나 불의의 사고을 당하고 언어와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쓰엉이 출현하면서 간병에 지쳐 있던 장규완은 쓰엉을 욕망하게 된다.

뭔가 달라져 가는 상황을 눈치 챈 김종태는 하얀집을 불태우기로 마음먹는다.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방화, 마을 사람들의 암묵적 용인으로 쓰엉은 방화 용의자로 구속되는데….

“한국음식을 능숙하게 요리한다고 해도 쓰엉은 외국일 뿐이었다. 가일리에서 평생을 살다가 죽는다고 해도 쓰엉은 결코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18쪽)

그런 쓰엉이 단지 결혼을 위해 이주해온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작가의 미덕이다. 책을 읽다보면 법정에서 외롭게 스스로를 변호해야 하는 쓰엉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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