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국내에 들어온 ‘AI 닥터’ 사람보다 나을까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다음 달 초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진료'가 첫선을 보입니다. 가천대 인천길병원이 IBM의 의료용 AI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암 환자 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당초 지난달 중순부터 진료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왓슨 전용 진료실' 마련, 내부 프로세스와의 연결 작업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늦어졌습니다. 올해 3월 바둑기사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의 위력을 여실히 지켜봤기 때문일까요. 미래 의료의 아이콘처럼 떠오른 'AI 진료'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사전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 아직 생소한 '왓슨 진료'에 대한 일부 과장이나 오해 또한 없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국내 환자 정보의 해외 유출이나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지난 7일 찾은 인천 남동구 길병원 본관 1층 로비 한쪽에선 ‘IBM 왓슨 AI 암센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81.3㎡(24평) 규모의 AI 암센터는 환자 진료공간과 ‘다학제 진료실’(여러 진료과목 의사들이 왓슨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법 등을 논의하는 곳), 코디네이터실 등으로 이뤄집니다.

병원 측은 올해 폐·유방·대장·위·자궁경부·난소암 등 6개 암 치료에 왓슨을 우선 활용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전체 암의 85%로 확대합니다. 최근 왓슨 진료 예약 전용전화를 개설하고 전담 코디네이터도 뒀습니다. 길병원 이언(신경외과 교수)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앞으로 AI 진료는 암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난치성 신경질환 등 의료 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각종 임상연구, 신약개발 등에도 적용돼 미래 대학병원은 AI 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 최적의 암 치료법 제시”

AI는 진료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요. 왓슨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계적 외형의 AI 로봇이 아니라 클라우드(인터넷 접속을 통해 중앙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기반의 ‘인지 컴퓨터’입니다. 수학적 언어가 아니라 인간처럼 자연언어 처리가 가능해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추론까지 할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왓슨은 2012년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MSKCC)’에서 처음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암 환자 진료를 터득했습니다. 지금도 훈련을 통해 계속 진화 중입니다. IBM 관계자는 “왓슨은 290종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는 물론 1200만쪽에 달하는 의료정보를 이미 학습했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의사가 암 환자 정보와 의료기록, 조직검사 결과, 유전자 데이터 등 100여 가지 항목을 왓슨에 입력하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10∼20초 안에 제시해 줍니다. 이언 단장은 “매년 2배로 늘어나는 의료 정보와 최신 의학 문헌을 의사가 다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왓슨이 빠르고 정확한 암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돕는 ‘또 하나의 조력자(secondry opinion)’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차량 내비게이션이 ‘가장 빠른 길’을 제공해 줄 순 있지만, 그 길을 갈지 다른 길을 선택할지는 운전자의 몫이듯 왓슨도 마찬가지”라면서 “의료진의 효율적인 결정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일 뿐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환자와 소통하는 것은 결국 의사”라고 덧붙였습니다.

2014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발표에 따르면 왓슨의 실력은 전문의사를 능가합니다. 왓슨이 제시한 암 치료법의 정확도는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에 달합니다.

암 치료에서 의사의 오진·오판율은 20%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왓슨 진료를 통해 잘못된 판단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맞춤형 암 치료법을 제공받으면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아도 돼 의료비용 감소에도 기여합니다. 대개 암 환자는 암 진단을 받으면 2∼3곳, 많게는 10곳 이상 병원을 찾습니다. 하루에 수많은 환자를 보는 담당의사가 과연 내 진료 과정과 기록을 면밀히 살펴봤을까, 매일 쏟아지는 학설과 진료 가이드라인, 신약(특히 최신 항암제) 정보 등을 모두 고려해서 치료 방침을 정할까 하는 의심 때문입니다.

환자 정보 불법 수집, 유출 가능성 대비해야

해외 환자 데이터 기반의 왓슨이 국내 암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길병원 안희경 혈액종양학과 교수는 “암 발생이 인종이나 국가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표준 암 치료법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고 그 근거가 충분하다”면서 “미국 환자 데이터 위주라서 국내 적용에 무리가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의료법 저촉 여부도 관심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왓슨이 ‘보다 발전된 의학 교과서’ 개념으로, 평소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내림에 있어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최근 결론 내렸습니다. 즉 의료기기나 장비가 아닌 만큼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의료신기술 등으로 분류되지 않는 만큼 의료법상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치료법에 대한 최종 판단과 처방은 의사 몫인 만큼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왓슨 진료에 따른 추가 비용이 관심사입니다. 이언 단장은 “왓슨은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현재로선 진료 수가(진료 대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왓슨을 이용하는 데 환자가 부담하는 별도 비용은 없다. 단, 제도가 정비되고 수가로 인정받으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점은 개인정보의 불법 수집과 유출을 막는 겁니다. 수집된 국내 환자 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는 것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길병원은 초창기엔 왓슨 프로그램에 직접 로그인하는 방식을 활용하지만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면 환자의 모든 의료 정보가 담겨 있는 병원 자체 ‘전자의무기록(EMR)’과 직접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정보의 대량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길병원뿐 아니라 향후 왓슨 도입을 추진 중인 국내 의료기관들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안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경주 토함산 시신 1040구 발견 [꿀잼포토]
▶콘돔이 코끼리의 생존에 필요한 이유 [꿀잼영상]
▶'트럼프 미니미' 10살 막둥이의 과거(사진+영상)
▶차은택이 구상한 박 대통령과 유재석 '만남' 시나리오 공개
▶달라도 너무 달라진 차은택 대머리 모습(사진)
▶“강용석이 종용했다” 도도맘 선처 호소에도 실형 구형
▶안민석 의원, “계속 거짓말하면 최순실 라인 가수 이름 공개”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 들어라” 박 대통령 음성이 발견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