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떠다니는 궁전’ 1등석 앉는 기분은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촌놈이 대출 받아서 처음 탔다고 (승무원에게) 운을 띄운다. 리모컨으로 장난을 치다가도 승무원이 다가오면 일등석 10번 타본 CEO처럼 능숙하게 군다.’

얼마 전 SNS상에서 화제가 됐던 ‘항공기 일등석 타는 요령’이다. 작성자는 배상준 일산병원 외과의. 전문직인 그도 비싼 가격 탓에 퍼스트클래스를 자주 탈 여유는 없다. 그가 이제껏 모은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탑승한 뒤 익살을 섞어 남긴 퍼스트 클래스 체험기에 누리꾼은 열광했다.

한 승객이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아시아나항공 1등석 체험 영상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100만건을 넘었다. 아무나 탈 수 없는, 입소문만 무성한 1등석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다. 통상 장거리 노선의 여객기 전체 좌석 수에서 1등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항공기 전체 공간의 30∼40% 이상이다. ‘인간의 자본주의적 욕망이 투영된 좌석’ 혹은 ‘떠다니는 럭셔리 공간’으로 불리는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는 언제 시작됐고,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1등석의 탄생과 진화

비행기 좌석 등급은 1800년대 서부개척시대 미국 역마차 좌석 등급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역마차 등급은 현재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1등석(퍼스트 클래스)과 2등석(비즈니스 클래스),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으로 나뉘어 있었다. 다만 서비스의 질에 따른 구분은 아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면 1등석 손님은 가만히 차에 타고 있었지만 2등석과 일반석 손님은 내려서 마차를 밀어야 하는 식이다.

나무의자와 금속 소재 좌석이 전부이던 항공기에 좌석 등급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30명 이상이 타는 큰 여객기가 등장하며 좌석이 1등석과 일반석 두 가지로 분류됐다. 81년 호주의 콴타스 항공이 중간단계인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도입하며 3단계의 좌석 등급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꿈의 비행기’로 불리는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이 등장한 뒤 1등석은 좀더 크고 넓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1등석을 갖춘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대한항공은 1970년대부터 1등석을 도입했다가 97년 모닝캄 클래스로 이름을 바꿨다. 좌석 등받이가 150도 뒤로 젖혀지고, 개인용 모니터가 최초로 장착됐다. 2005년에는 21인치 침대형 좌석을 설치한 뒤 칸막이 시스템으로 바꿨다. 현재 대한항공의 1등석인 ‘코스모 스위트 2.0’은 180도 수평으로 펼쳐지는 구조로, 개인용 옷장을 갖춰 사생활 보호 장치를 완비했다는 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91년 서울∼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구간에 1등석을 처음 설치했다. 2012년 ‘퍼스트스위트’로 이름을 바꾼 아시아나 1등석은 국내 최초로 2개의 문을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했다. 세계 최대 32인치 모니터와 함께 이륙·식사·수면·휴식 시 조명이 달라지는 무드라이트 기능을 갖췄다. 특히 승객이 잠들 경우 천장에 밤하늘과 같은 배경이 떠오른다.

1등석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대기업 임원은 “좌석이 쾌적해 집에서 쉴 때보다 더 편할 때가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 출장 시 이코노미를 탔을 때 느끼는 피로감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1등석 총 702석, 아시아나는 132석을 각각 운영 중이다.



파격적 서비스, 가격은 ‘헉’

1등석의 매력은 편안한 좌석을 넘어 파격적인 서비스에 있다. 당신이 1등석을 끊었다고 가정해보자. 공항 탑승수속대에 도착하면 별도 체크인이 가능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후 전담 직원이 당신을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안내한다. 1등석 승객만 이용할 수 있어 한적한 라운지에는 광어구이와 찜닭, 소불고기 등 호텔에서 조리된 음식이 나온다.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직원이 당신을 항공기까지 수행한다. 문에 도착한 이후 3명의 퍼스트 클래스 전담 승무원이 당신을 자리로 이끌고, 외투 등을 직접 보관해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장거리 비행 시 총 두 차례 원하는 기내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끓인 라면 등이 간식으로 제공된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은 1등석의 또 다른 강점이다. 대한항공은 제주 한라산목장에서 사육한 한우와 닭고기 요리를 제공한다. 한식 정찬은 코스별로 제공되고, 프랑스 보르도·알자스 지역의 특급 와인을 언제든 주문해 마실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궁중음식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지난 1월부터 일부 구간 1등석에 팔도진미 반상 메뉴를 준비했다. 너비아니와 떡갈비, 연잎단호박갈비찜이 나온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라쿠치나와의 협약을 통해 제공하는 양식뿐 아니라 독일 와인 컨설팅 회사가 추천하는 고급 와인도 제공한다. 특히 대한항공 A380 기종에는 칵테일을 제공하는 고급 바가 설치돼 있어 하늘에서 분위기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한 1등석 마케팅은 국내 항공사를 넘어 전 세계적 기류다. 가장 주목받는 항공사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근거를 둔 에티하드 항공이다. 이 항공사는 아예 1등석의 상위 호환인 세계 유일 ‘더 레지던스 바이 에티하드’를 도입했다. 욕실과 거실, 침실이 따로 구분돼 있다. 미슐랭 스타 셰프가 직접 기내에 탑승해 조리, 서빙을 담당하는 ‘셰프 온 보드’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 기내식의 경우에도 호주의 매트 모란, 영국의 고든 램시, 프랑스의 조지 블랑 등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국제 요리 수상 경력의 요리사들로 구성된 국제 요리사 자문단에 의해 기내식이 개발됐다.

꿈만 같은 서비스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유류세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뉴욕행 1등석 가격은 1200만∼1300만원대, LA나 프랑크프루트행은 1000만∼1100만원대로 책정돼 있다. 항공업계는 ‘가격이 비싼 건 투자한 만큼 거두기 위해서’라고 해명한다. 대한항공은 1등석 한 자리당 2억5000만원을 투입했고, 아시아나는 4억6000만원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1등석은 누가 타나

아무나 탈 수 없다보니 과연 누가 1등석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궁금함도 크다. 아예 전직 승무원이 펴낸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책이 자기계발서처럼 인기를 얻는 형국이다. ‘그들은 항상 기록하기 위해 필기구를 가지고 다닌다’ ‘신문은 항공기 탑승 전에 미리 다 읽는다’ ‘승무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통 1등석 이용객은 기업 임원이나 연예인, 정치인 등이다. 그러나 성공한 이들 일부의 오만함이 투영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1등석은 아니었지만 2013년 비즈니스석에 탄 한 기업 임원이 라면이 짜다고 승무원을 폭행한 사례 등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이유다.

▶경주 토함산 시신 1040구 발견 [꿀잼포토]
▶콘돔이 코끼리의 생존에 필요한 이유 [꿀잼영상]
▶'트럼프 미니미' 10살 막둥이의 과거(사진+영상)
▶차은택이 구상한 박 대통령과 유재석 '만남' 시나리오 공개
▶달라도 너무 달라진 차은택 대머리 모습(사진)
▶“강용석이 종용했다” 도도맘 선처 호소에도 실형 구형
▶안민석 의원, “계속 거짓말하면 최순실 라인 가수 이름 공개”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 들어라” 박 대통령 음성이 발견됐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