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브래들리 효과 기사의 사진
미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는 1948년 대선에서 이긴 해리 트루먼이 ‘듀이가 트루먼을 이기다’라고 오보를 낸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을 손에 들고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후보 트루먼은 마셜 플랜 등을 펴면서 여론이 좋지 않아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는 선거 2주 전 시행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5%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박빙의 차로 트루먼의 승리였다.

1982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도 이변이었다. 흑인 후보 토머스 브래들리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도 백인 후보에게 졌다. 백인 상당수가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해 여론조사 때는 브래들리 지지 의사를 밝히고 실제 투표는 백인 후보에게 한 것이다.

여론조사가 어긋난 건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묻는 국민투표도 마찬가지다. 투표 마감 직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EU 잔류 52%, 탈퇴 48%로 예측했다.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영국을 유럽에서 더 강하고 안전하고 잘살도록 하는 데 투표한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정작 개표 결과는 탈퇴가 51.9%로 우세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에서도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났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확률을 85∼99%까지 예측한 유력 언론사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체면을 구겼다.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자 ‘샤이 트럼프(Shy Trump)’의 힘이 폭발한 때문이다.

이와 달리 16년 전 트럼프 당선을 예고한 족집게도 있다. 2000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그나저나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트럼프 대통령 때 망친 예산이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아있다”는 만화 속 후임 대통령의 말이 현실화돼서는 안 될 터인데 걱정이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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