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오바마-트럼프, 겉으론 화기애애 속으론 앙금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랜 세월 반목하던 두 사람은 종종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90여분간 정권 인수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70일의 임기 동안 정권을 인계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정식 취임한다.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회동은 겉으로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앙금과 갈등이 여전해 어색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을 모두 폐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비준을 요청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도 서둘러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꼽고 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견원지간처럼 사이가 안 좋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과 사흘 전만 해도 “트럼프는 대통령 자질이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며 “그의 손에 핵무기 코드를 쥐어주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기꾼,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맞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당의 후보를 비난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 한 말은 진심이었다”며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대통령의 관점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앙금이 여전하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우선 백악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8년 전과 달리 현직 대통령 부부가 당선인 부부를 백악관 입구에서부터 정중하게 환대하는 장면도 없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정문이 아닌 남쪽 잔디광장을 통해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화합의 이미지와 맞지 않거나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올까 봐 아예 원천봉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두 사람이 백악관 회동을 통해 그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어니스트 대변인은 강조했다. 당초 10∼15분으로 예정된 단독회동이 1시간30분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정권 인수인계 작업만큼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어니스트 대변인은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넘겨줄 자료는 2억8300만개의 파일로, 데이터 양으로 치면 12만2000기가바이트에 달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악연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대통령 출마자격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생기록까지 공개하는 등 의혹을 해소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백악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 참석한 트럼프를 발견한 뒤 “달 착륙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파헤쳐보지 그러냐”고 그를 조롱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데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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