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전년비’가 제일 무서워 기사의 사진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비가 뭔 줄 아세요?”

최근 경제부처 한 고위 공무원이 농담 식으로 기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태풍, 집중호우…. 다양한 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공무원이 웃으며 내놓은 답은 ‘전년비(前年比)’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그런데 전년비는 많은 오류가 있다. 가령 지난 6월 고용지수를 보면 서비스업 고용이 늘었다. 올해 서비스업 고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기저 효과였다. 이러다 보니 통계를 내놓을 때마다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전년비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결여된 공감 능력 때문이다. 올 초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과 설전이 있었다. 정부가 발표하는 0%대 소비자 물가지수와 장바구니 물가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비자 물가지수 외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지수를 만들 계획은 없느냐고 제안했다. 이 고위 공무원의 대답은 이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시한 물가지수 산출 방식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였다.

비단 경제 관련 통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참가자 수는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12일 3차 촛불집회도 주최 측은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이라고 했다. 경찰은 특정 시점의 최대 참가 인원을 세고 있다며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들이 아쉬움을 드러내는 건 숫자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특정 시점이 아니라 그날 한 공간에서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의미를 애써 부인하려는 태도의 문제였다. 바라건대 정부가 더 이상 전년비를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고비’의 무서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괴로움과 슬픔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고비(苦悲). 지금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건 국민들이 외치는 ‘고비’에 공감하는 능력이 아닐까.

서윤경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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