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슈퍼문(Supermoon) 기사의 사진
광기, 미치광이를 뜻하는 루나틱(Lunatic)은 라틴어 Luna(달)에서 온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보름달의 강한 인력이 사람의 몸속 호르몬을 변화시켜 광기에 빠지게 한다고 믿었다. 성서 시대에는 마귀 들린 병으로 표현됐다. 서양에서 보름달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보름달이 뜬 날 늑대인간이나 드라큘라가 나타난다는 설이 전해지기도 했다.

보통 보름달보다 큰 슈퍼문이라는 단어는 1979년 미국의 점성술사인 리처드 놀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이 지구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다 지구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 나타나는 크고 밝은 보름달을 말한다.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는 38만4000㎞ 정도다. 슈퍼문은 이 거리가 35만7000㎞로 가까워질 때 나타난다.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40만6000㎞가량 떨어질 때는 보름달이 평소보다 작게 보이는데, ‘미니문’이라고 부른다.

14일 밤 68년 만에 가장 큰 보름달이 떴다. 흐린 날씨 탓에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은 어려웠지만 보통 보름달보다 14%가량 더 크고, 30% 더 밝았다. 달과 지구와의 거리는 35만6509㎞였다. 이렇게 큰 달은 2034년 11월 25일이 돼야만 볼 수 있다.

슈퍼문이 지진이나 해일과 연관 있다는 주장은 오랫 동안 제기돼 왔다. 슈퍼문이 뜨는 날 지구에 미치는 달의 인력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조수간만의 차가 커진다. 이때 바다 밑이나 표면지층에 가해지는 힘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인도네시아 해일 때 2주 뒤 슈퍼문이 떴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2주 뒤 슈퍼문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대 지질물리학 연구진은 지난 9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20년간 규모 5.5 이상의 대형 지진을 분석한 결과 12차례 중 9차례가 보름달이 뜨는 시기와 일치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슈퍼문이 뜨기 하루 전 충남 보령에서 규모 3.5 지진이, 뉴질랜드에선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다.

‘우주의 기운’이니 ‘혼(魂)이 비정상’,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등 미신적인 얘기들이 달나라를 가고, 우주 정복을 눈앞에 둔 21세기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판이다. 그것도 사이비종교 교주의 딸인 최순실씨에게 영향을 받아서란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슈퍼문이 뜨면 재앙이 닥친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닌 듯 느껴진다.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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