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올림픽서 쓴잔… 전도는 금메달감이죠

태릉선수촌서 복음 심는 체조 국가대표 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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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체조선수 박민수가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체조 종목인 안마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8월 6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체조경기장. 가슴팍에 태극마크를 단 스물둘 청년이 철봉에 매달렸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속으로 기도한 뒤 체조연기를 시작했다.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몸이 굳어 있었다. 개인종합 27위. 세계대회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튿날 그는 페이스북에 영어로 ‘Thank God’이라고 적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하나님.’

온 국민의 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이 끝나고 세 달여 흐른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국가대표 체조선수 박민수(22)를 만났다.

부상 딛고 일어선 유망주

택견을 하던 박민수가 체조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택견 관장과 함께 들른 체조장엔 선수들이 중력을 거스르며 곡예를 펼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반해 체조를 시작했고 거의 매일 8시간 이상 연습했다. 고1 때 처음 국가대표에 뽑혔다가 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잃었다. 마냥 좋아서 시작한 체조였지만 그때부터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부상도 잦았다. 고2 때는 손가락이 골절됐고, 고3 때는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걷기조차 힘들어지는 바람에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이를 꽉 물고 재활훈련을 했고 다행히 주변 근육이 잘 버텨준 덕분에 체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부상을 극복한 뒤 출전한 첫 국제무대였던 2012년 중국 푸톈 아시아체조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7위에 오르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듬해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펼쳤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국가대표로 참가해 메달을 땄다.

태릉에 심은 첫 열매

박민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확신한 건 중3 여름수련회 때다. 수련회에서 말씀을 전해 주신 목사님의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성령을 체험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주말까지 합숙훈련을 하는 날이 많아지자 한 번의 주일예배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당시 수련회 때 말씀을 전했던 문대식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 마포구 모래내로 늘기쁜교회에 출석한다.

그는 국가대표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태릉선수촌에 복음을 심고 있다.

하루는 같은 방을 쓰는 선배와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교회 이야기가 나왔다. 박민수는 선배의 호기심이 사그라지지 않게 하려고 매일 자기 전에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밤을 설득한 끝에 결국 선배를 교회에 데려갔다. 토요일 밤엔 선배가 교회에 빠질까봐 늦게까지 놀지 못하게 말렸다. 그 선배는 태릉선수촌에서 나와 강원도의 한 실업팀으로 옮겨갔지만 지금도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서울까지 오고 있다. 그 선배를 첫 열매로 시작해서 박민수는 올해만 7명의 선수를 전도했다.

“처음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하는 것만 복음을 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게 아니었어요.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고 저는 단지 도구로 쓰일 뿐이에요.”

금메달보다 값진 시간

올해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선수촌에서 매일 새벽마다 건물 옥상에서 기도했다. 연습이 없을 때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거나 성경책을 읽었다. 특히 4개의 성경구절을 외우며 틈날 때마다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시편 23편 1∼6절, 시편 57편 11절, 이사야 41장 8∼10절, 로마서 8장 28절.

그러나 결과는 예선 탈락.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상처가 컸다. 이튿날 아침 늘기쁜교회 사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마지막까지 다치지 않고 잘해줘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보기엔 민수 네가 최고였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단다.” 그제야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박민수는 올림픽에서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금메달보다 더 값진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교만해졌을지 몰라요. 어쩌면 뭔가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도를 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성적이 안 좋으니 하나님과 함께했던 시간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된 게 금메달보다 더 값진 기도 응답이에요.”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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