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비밀 보고되는 이유는…” “간신 말만 듣는 임금은…” 부메랑 돼 꽂힌 ‘대통령의 일기’ 기사의 사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 된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시절 남다른 정의관(正義觀)을 피력했다. 지도자가 부도덕하면 나라 전체가 망한다고 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생활’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철학은 제18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12년 9월 출판된 ‘박근혜 일기’에 드러나 있다. 검찰에는 14일에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빗발쳤다.

일급비밀까지 보고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두 갈래 혐의 중 한 가지는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순실(60·구속)씨에게 국가 기밀이 담긴 각종 문건을 건넨 혐의인데,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시인하기도 한 부분이다. 인사와 경제정책은 물론 북한 국방위 비밀접촉 등 민감한 외교적 사안까지도 한낱 사인인 최씨에게 미리 넘어간 정황이 이미 드러나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지도자가 온갖 기밀을 받아보는 권한을 왜 가졌는지 28세 시절에 이미 통찰했다. 그는 1980년 2월 4일 ‘리더(leader)와 팔로어(follower)’라는 제목의 일기에서 “선견지명을 갖고 미리미리 판단해서 국가를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기에 권한도 주고 권위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급비밀까지 모두 보고되는 이유도, 정보를 많이 잘 듣고 판단해서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청년 시절의 박 대통령은 지도자의 무능과 부덕이 큰 화로 이어진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는 81년 2월 23일 “지도자의 부도덕은 하늘의 축복을 그 자신에게서만 거두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를 대표하는 만인으로부터 거두어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썼다. 90년 9월 2일에는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클수록 그 칼은 더 예리하다”며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당사자”라고도 했다.

이날 일기에는 온 국민에게서 하야 요구를 받는 지금의 운명을 스스로 예언한 듯한 내용도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깊은 철학을 지니고 수양을 많이 한 사람, 하늘의 가호를 받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자기의 큰 권세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했다.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이는 원망, 분노, 복수심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고 했다. 91년 2월 20일에는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절단 난다”고, 같은 해 8월 29일에는 “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머지않아 자신과 나라를 망치고 만다”고 썼다.

“일생 쌓아온 것이 폭삭…”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출연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까지 조사를 받게 된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법조계의 관측도 있다. 같은 혐의로 먼저 검찰에 불려온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여러 차례 “대통령의 뜻”을 강조했다.

이런 박 대통령은 청년시절엔 무엇보다 물질적 이익을 경계하고 ‘바른생활’을 강조했었다. 그는 91년 8월 23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좋은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고는 “그것은 바른생활”이라고 자답했다. 같은 해 10월 10일에는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든 간에 바른생활은 자기가 추구하는 다른 모든 목표에 앞서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5일 뒤인 10월 15일 일기는 대기업 강제모금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퍽 시사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뇌물 1억원을 받고 쇠고랑을 차는 사람을 본다”며 “일생 쌓아온 모든 것이 폭삭 꺼지고 마는 순간”이라고 소회를 남긴다.

그는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고 얼굴을 숙이고 끌려가는 그 사람에게 그 순간 100억원이라는 돈을 준다 한들 보상이 되겠느냐”며 “그 이상을 내놓고라도 떨어진 명예를 찾고 싶을 것”이라고 쓴 뒤 이렇게 일기를 마무리했다.

“신용과 깨끗한 명예는 이처럼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데, 일이 막상 터지기 전에는 깨닫기가 그토록 힘든 진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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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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