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트럼프, 北과 독자 대화 가능성… 우리도 유연성 가져야” 기사의 사진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가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원화되어 있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위 교수는 외교부도 윗라인의 결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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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62)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대사·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현 시점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는 유연성이다. 위 교수는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압박과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과 연계돼 논의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친분은.

“개인적으로 전혀 모른다. 국내에 트럼프 인맥은 거의 없다.”

-미국 대선 결과를 평가해 달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화와 효율화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지만 국내적으론 그 혜택이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중하위 소득 계층과 저학력 백인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껴 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단순하고 강력하며 선동적인 선거 운동을 전개하며 변화를 제창했다. 이게 먹혔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전형적인 기득권 엘리트 세력과 워싱턴 인사이더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의 손쉬운 타깃이 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백인들의 정서에 비추어 볼 때 클린턴 후보가 되면 ‘오바마 정권 8년’이 또 연장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좋을 경우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종례 통념도 깨진 셈이다. 클린턴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도 득보다는 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 한국 상황에 주는 교훈은.

“한국에서도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불만이 축적된 중산층 이하 계층이 상당하다. 그들의 불만 정도는 폭과 깊이에 있어 미국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고용 복지 등의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내연돼 있다. 마침 우리에게도 대선이라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정치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오래되었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이유다. 우려스러운 건 이 문제를 포착하고 해법을 제시해 민심을 끌고 갈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존재하는지다.”

-트럼프 당선자는 신고립주의를 택했는데.

“트럼프 당선자는 군사력을 강화하면서도 대외 개입은 축소한다는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 같은 고립주의 경향은 기존에 대립각을 세워왔던 중국과 러시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정치 안보 측면에서 대외 군사 개입 정도를 줄이고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보다는 실익이라는 관점에서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으려 할 소지가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로 아시아에서 권력 공백이 생기면 중국이 자연스럽게 채우려 할 것이고 이에 맞서 일본은 저지하려 할 것이다. 이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을 잡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또 통상 문제에 있어선 미국 이익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을 강하게 개선하려 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환율, 지적재산권, 사이버 분야 등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

-결국 한반도다. 한·미동맹 전망은.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과정에서 내놓은 언급 중 동맹에 대한 공약에 의구심을 야기하는 표현들이 있었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이 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 바 있다. 크게 흐트러지지는 않지만 미국이 한반도 개입을 줄이게 되면서 북한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까.

“철수까지는 모르겠지만 주한미군의 규모, 구성, 운용 등은 협상에서 다루게 될지도 모른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큰 현안이 될 것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어느 정도 레벨까지 주문하고 나올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한반도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도 고립주의 철학에 따라 방위 책임을 한국이 더 많이 지는 방향으로 협의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전작권 이양과 방위비 분담 증대로 나타날 소지가 있다.”

-전작권 이양 시기 협상 재개는.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전작권 이양은 흐름 측면에서 맞고 최종적으로 한국 쪽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가 연기된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트럼프 ‘김정은 햄버거 대화’ 가능성은.

“미국과 중·러 관계가 나아진다면 우리가 북핵 문제를 두고 중·러와 공조할 여건은 개선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한 강한 압박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대화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우선 상대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비즈니스맨인 만큼 독자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대화를 하게 될 경우 우리가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북핵 접근 방법은.

“문제는 우리가 너무 경직된 북핵 대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인데 국내적으로 야당과 논란을 벌이면서 점점 더 경화되어 있다. 당초 제재와 압박이 효용이 있다는 선이었는데 이제는 이 방법만이 유용하고 대화는 거론하지 말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객관적 조건과 미국의 변화 등 새로운 상황을 감안해 조금 유연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은 도발을 통해 대화를 청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기존 도발 모드를 지속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화를 청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 사이에 미·북 간에 트랙2 내지 트랙 1.5 접촉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채널을 통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담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유세과정에서 발언한 ‘한·일 핵무장 허용’ 등은 수정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핵무장을 하려면 핵비확산체제에서 탈퇴하고 6자회담과도 등져야 한다. 특히 국제 제재 하에 들어가게 된다. 한국처럼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나라는 제재를 견딜 수 없다. 제재를 견디려면 강력한 국민적 단합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핵 문제를 두고 국민적 이견이 심한데 경제가 어려워지고 민생이 파탄 나게 되면 버틸 수 없게 된다. 가능하지 않은 옵션이고 결국 엄청난 피해만 보고 포기하게 된다.”

-취임 전 대미 특사단 파견은 어떻게 보나.

“지금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말리고 싶다. 왜냐하면 실효적인 접촉과 대화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선되면 바로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국정을 사실상 맡아서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대외 접촉도 하고 외국 사절도 공공연히 접견한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인수위 단계에서는 조용히 인수 작업과 취임 후 할 일들을 준비한다. 외국 사절 접촉에 아주 신중하다. 현직 대통령이 대외 정책을 하고 있는데 당선자 측에서 지나치게 나서는 것이 여론과 상대 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특사단 파견 등으로 거창하게 사람을 보낼수록 트럼프 인수팀에서 호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용히 접촉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 내실 있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

-외교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어려운 문제다. 지금은 청와대 내에 이원화된 조직이 존재한다. 조직을 일원화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운용이다. 상하 소통이 원활하고 다양한 정책 옵션이 검토되고 토의되는 운용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면 2개의 조직이 있어도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청와대와 외교부가 정책 측면에서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운용되어야 한다. 지금은 윗라인의 결정을 전달하고 이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중심 외교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균형 있는 외교는 좋은 말이다. 그러나 완벽한 산술적 균형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익에 따라 어느 쪽에 비중이 좀 더 가는 식의 균형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제반 사정상 미국에 더 비중이 주어지는 것이 맞는다. 내 입장에서는 균형을 미·중 간에만 잡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에 중점을 두고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 등에 비중을 나누어 두면서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

-APEC 정상회의 불참은.

“지금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촛불 민심 등으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사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가장 중요한 다자 정상외교의 장이다. 참석했다면 아베 일본 총리처럼 APEC 가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면서 트럼프 당선자를 잠시 만나보는 것을 추진할 수도 있었다. 아쉬운 측면이 있다.”

-현 정부 외교라인에 조언하고 싶은 말은.

“막중한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정책 고민을 우선했으면 한다. 언론홍보용 대처보다 진정한 정책 의지를 갖고 움직이기 바란다.”

위성락은 누구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핵통’이다. 동시에 러시아 업무에도 정통하다.

1954년생인 그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주러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외교부 본부에서 동구과장을 지냈다.

한·소 수교의 물꼬를 튼 1989년 영사처 설치 과정에서 실무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위 교수는 제2차 북핵 위기 당시인 2003년 북미국장으로 북핵 업무를 담당했다. 같은 해 제1차 6자회담 때는 우리 측 차석대표로, 이듬해인 2004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으로 6자회담에 참여했다. 같은 해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맡으며 한성렬 당시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표와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2009년 3월부터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북핵 문제를 지휘했다. 2011년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용호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1차 남북비핵화회담을 가진 바 있다. 같은 해 11월 주러시아 대사로 부임해 지난해 5월까지 근무했다.

위 교수는 차분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한 번 세운 원칙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전략가라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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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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