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前 미 국무장관 “북핵 포기 전제로 한 협상 모두 실패할 것” 기사의 사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가 북한과 핵 포기에 근거한 협상이나 대화를 할 경우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페리 전 장관은 15일 세종연구소·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미 신행정부의 대외정책-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994∼1997년 국방장관을 맡은 페리 전 장관은 1998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됐다. 1999년 북한을 방문해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만난 그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보장한다는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그는 “대북협상 전략이 무엇인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이행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이런 방식이 6자회담 방식보다는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특히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북한 정권이 계획해서 핵무기 공격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재래식 무기로 도발을 감행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면 결국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새로운 외교적 접근과 강력한 재래식 군사력 억지를 통해 이 위험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한·미 긴장이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파생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배치 이행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민감한 한·미 현안에 대한 신중한 주의를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선 “새 행정부가 수립돼도 기존에 공유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연속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을 ‘제2의 지미 카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미 국방부의 강력 반발로 이런 주장이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외정책이라면 주제가 러시아든 아시아든 동맹이든 간에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그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 일부 분야에선 강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는 애매모호하고 깊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자기 마음껏 외교·안보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 기존 관료조직이 우선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공화당 또한 전통적인 정강·정책에 따라 급진적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참모와 전문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칼 아이켄베리 전 주아프가니스탄 미국대사는 “트럼프는 현명한 사람이지만 국가안보나 국방과 관련해 일한 경험이 없다”면서 “경험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도 물론 존재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민주·발전·법치센터소장은 “트럼프의 불확실성은 대단히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권력을 쥐면 자신이 내놨던 공약을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이라면서 “그의 성격은 지도자에 걸맞지 않지만 권력은 사람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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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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