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독대 기사의 사진
독대(獨對)는 필요악이다. 제대로 쓰면 의사의 칼이 되고, 잘못 쓰면 강도의 칼이 된다. 자해의 칼이 되기도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순실이다. 세간에는 ‘순실 독대’라는 말로 회자된다. 그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로 위세를 과시했고, 이를 치부에 활용했다가 감옥에 갔다. 강도의 칼이자 자해의 칼이 된 독대다.

독대는 예나 지금이나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임금이나 대통령이 그랬다. 국어대사전에는 ‘벼슬아치가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독대는 정치, 특히 임금과 인연이 깊다. 독대의 비밀은 유지될까? 천만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은밀함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 훗날 밀담이 공개돼 화(禍)를 당하는 경우를 봤다.

조선시대에는 법으로 독대를 금지했다. 그렇다고 독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효종이 북벌을 논의하기 위해 우암 송시열과 나눴던 독대는 유명하다. 숙종도 말년에 후사 문제를 놓고 이이명과 독대했다. 말로는 좋지 않았다. 송시열은 숙종의 손에, 이이명은 경종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일국의 재상으로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후임 정권에서 사사(賜死)됐다. 독대가 독배(毒杯)가 된 셈이다. 세종도 독대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대신들과 돌아가면서 독대를 했다고 해서 윤대(輪對)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독대를 종종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배석자를 둔 제한적 독대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독대를 안 했다고 한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11개월 동안 대통령 독대를 한 번도 못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도 마찬가지였다. 그 즈음 박 대통령은 ‘순실 독대’를 하고 ‘총수 독대’를 했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짐작은 된다. 엊그제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나. 서글프지만 현실이다.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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