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설마했던 음속열차… 시운전 누가먼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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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2020년까지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인 하이퍼루프 20㎞ 구간을 시험운행용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혁명적인 차세대 이동수단인 하이퍼루프를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지는 IT업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초미의 관심사다. 빠른 교통수단은 지리적 한계를 극복시킴으로써 사회·정치·경제·문화 각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도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하이퍼루프 현실화를 위한 대열에 참여한 상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하이퍼루프, 2020년 안에 실현된다’를 토대로 하이퍼루프 시대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본다.

테슬라 머스크가 처음 제기

하이퍼루프는 캡슐 형태의 차량이 진공 상태의 터널을 소리와 비슷한 속도로 질주하는 이동수단이다. 이론상 최고 시속이 마하 1(1224㎞)에 가까운 약 1220㎞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약 320㎞를 최단 16분 만에 갈 수 있는 속도다. 마하 1을 넘기면 초음속, 미달하면 아음속(亞音速)이라고 한다. 하이퍼루프는 엄밀히 말해 음속 또는 아음속 열차지만 세간에선 ‘초음속’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시험운행을 거쳐 두바이에서 UAE 수도 아부다비까지 직선거리 약 150㎞를 12분 만에 주파하는 하이퍼루프 상용 구간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두 도시는 차로 약 2시간 거리다. 하이퍼루프 주행이 실현되면 이동시간이 10분의 1로 단축된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의 실현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게 2012년 7월이다. 그러고 4년 만인 지난 5월 11일 대표적 개발회사 미국 하이퍼루프 원이 가속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차량에 해당하는 추진체가 시속 187㎞ 속도로 1.1초 동안 달린 이 시험은 간단해 보이지만 하이퍼루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증하고 상용화 단계로 한 발 다가갔다는 의미가 있다. 하이퍼루프 원은 2019년까지 화물을, 2021년까지는 사람을 하이퍼루프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상용화까진 난제 산적

하이퍼루프를 KTX처럼 타고 다니는 날이 올 때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 과제로는 먼저 터널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한데 길이 수십∼수백㎞짜리 튜브 속 압력을 표준 대기압의 1000분의 1 이하로 낮추는 일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차량을 공중으로 띄우고 가속하고 정지시키는 기술 각각이 완성돼야 한다. 또 원통 형태인 터널이 지진 등에 견디게 하는 내진 기술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 진공 속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면서도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기술 등이 개발돼야 한다.

경제성을 확보하는 일도 숙제다. 일론 머스크는 약 560㎞인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 구간을 60억 달러(약 7조300억원), 마일(1.6㎞)당 1150만 달러(약 134억7230억원) 정도에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큰돈 같지만 기존에 계획한 고속철도 건설비와 비교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이퍼루프 원의 최고기술경영자(CTO) 등은 머스크가 예상 비용을 너무 낮게 잡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마일당 최대 20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퍼루프 기술 실현을 위한 관건은 기술적 과제 해결이 아니라 경제성 확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초음속 제트기 콩코드가 높은 비용 때문에 2003년 퇴출된 사례를 들며 하이퍼루프가 성공하려면 상업적으로 수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먼저” 투자 경쟁

그럼에도 많은 국가와 기관이 하이퍼루프 개발과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두바이만큼 적극적인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 포럼에서 하이퍼루프 원과 관련 협정을 맺었다. 2020년 초까지 극동 도시 자루비노의 슬라뱐카항과 중국 지린성을 연결하는 300억 루블(약 54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유럽 전역으로 저렴하고 빠르게 화물을 보낼 수 있는 고속 화물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이퍼루프 원의 세르빈 피세바르 CEO는 “궁극적 비전은 혁신적인 새 실크로드를 러시아와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이퍼루프 원은 여러 국가와 협력 사업을 기반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했다. 두 도시는 약 482㎞ 거리로 현재 주요 교통수단은 비행기다. 순수 비행시간 1시간에 수속·대기시간을 포함하면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페리로는 17시간30분이다. 하이퍼루프로 두 도시가 연결되면 약 28분 만에 갈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절약되면 연간 4300만명을 수송해 10억 유로(약 1조2600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회사는 추산한다. 하이퍼루프 원은 발트해 바닥에 해저 튜브를 설치해 터널로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경쟁사 HTT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오스트리아 빈∼헝가리 부다페스트 구간에 하이퍼루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한지 검토하기로 슬로바키아 정부와 협약했다. 브라티슬라바와 빈은 직선으로 약 56㎞ 거리다. 하이퍼루프가 건설되면 8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와는 160㎞로 10분 정도 걸린다. HTT는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과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바레인 UAE 등 10여개국 고위층을 만났다고 밝혔다.

한국, 시속 1000㎞ 개발 착수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고 시속 1000㎞에 달하는 ‘아음속 캡슐 트레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음속 캡슐 트레인은 최고 시속이 조금 낮지만 하이퍼루프와 마찬가지로 진공 터널을 자기부상 상태로 달리는 교통수단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30분 만에 갈 수 있게 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이 개발을 진행하고 미래부는 330억원을 지원한다. 철도연은 2024년까지 아음속 캡슐 트레인 상용화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하이퍼루프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유루프(U-Loop)’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차량 이동로인 튜브형 터널 내 공기 저항을 줄이는 기술, 마찰을 최소화하는 열차 부상·추진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선두주자인 하이퍼루프 원과 HTT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원은 새로운 자기부상 기술, 마찰과 공기 저항을 줄일 가압기 기술 등 핵심 기술을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하나씩 실증할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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