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5> 촛불시위 기사의 사진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인류가 언제부터 불(火)을 사용했는지 정확하지 않다. 대략 선사시대부터인데 그로 인해 난방·조명·요리·방위·도구제작 등 문명사회를 이루는 대전환점을 맞게 됐다. 불의 기원에 대한 설화도 두 가지로 축약된다. 하나는 거대한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단단한 나무기둥을 쫄 때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착안해 불을 얻게 됐다는 동양설화다. 다른 하나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신들의 영역인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줘서 인간은 희망 영원 풍요를 얻고 정작 본인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았다는 그리스신화다.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의 개념과 비슷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수하는 축제의 공통점을 봐도 묘하게 불과 물이 등장한다. 발렌시아 불꽃축제, 네바다사막 버닝맨축제, 쏭크란 물축제, 중화권 용선축제, 한국 대보름축제까지 수두룩하다. 불과 물 모두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없어선 안 될 필연적 조건이다. 생명력, 정화력, 신비한 초월적 존재로서의 개념이 동서양 모두에서 발견된다. 축제에선 활활 태워 부정적인 것을 정화하고 새롭게 타오른다는 취지의 파이널을 주로 장식한다. 특히 불은 희생·희망·열정·기원을 넘어 제사·축하·결혼식 등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모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해 왔다. 불의 초월적·상징적·축제적 개념을 통해 인간사회의 염원을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표현해 온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를 두고 ‘차라리 축제에 가깝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축제의 기본은 공동체·화합·놀이성이다. 현재 광화문 촛불시위에는 강력한 공동체적 외침이 있고 평화를 수호하려는 공감대가 있고 화합을 도모하는 예술이 공존한다. 단언컨대 광화문 촛불시위는 시민이 주인공인 가장 완벽한 축제다. 차이가 있다면 관객이 딱 한 명이라는 것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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