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최순실 게이트와 국세청 기사의 사진
국세청장의 한마디는 힘이 세다. 그 의중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명운이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31일 임환수 국세청장의 발언은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임 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 취득 과정에서 조세탈루 혐의가 있는지 보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일가에 대해 사실상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특정 대상의 조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지금까지 의 국세청 태도와는 달랐다.

국세청에는 조사국 산하 세원정보과가 있다. 대자산가와 기업의 탈세 정보는 물론 권력기관과의 정보 교류도 활발하게 하는 핵심 부서다. 과장은 청장의 최측근이 맡는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의 정보를 처음 흘린 것으로 지목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노무현정부 후반기에 2년 정도 과장을 했다. 이곳 직원들은 검찰 경찰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사정 당국 사람들과 접촉해 고급 정보를 얻는다. 이는 검증을 거쳐 세무조사 여부 등 청장의 정책 판단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국세청이 최씨 문제가 게이트로 발화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세원 관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형사적 단죄 못지않게 최씨 일가의 불법 취득 재산 환수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다. 이 일은 국세청이 맡을수밖에 없다. 2만명에 가까운 국세청 전체 직원의 22%가 조사국 소속일 정도로 자금 출처 및 추적 전문가들이 많다. 며칠 전 만난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 몰수 현실성에 대해 “반반”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특별법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조세 시효와 은닉재산 추적 등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최씨 게이트의 대척점에 있다. 최씨를 위해 청부 세무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가 하면 이제는 그 일가의 재산을 조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국세청으로서는 좋은 기회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칼날을 매섭게 휘둘러야 한다.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작심하고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단서를 포착한 것 같긴 하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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