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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피치 못해… 초고령사회 일본 노인은 일한다

고령층 고용 느는데 질 하락 ‘단카이세대’의 삶, 그리고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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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히로시(72)씨는 엔지니어였다. 은퇴 직전까지도 미국·유럽·중동 등을 다니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9년 65세로 은퇴했지만 휴식은 길지 않았다. 간호조무사로 일한 지 벌써 7년째다. 그는 아직 ‘진정한 은퇴’로부터는 멀다고 생각한다.

주부였던 소노에 쿠도(65)씨는 지난해부터 도쿄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생활전선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재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인은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했다.

스즈키씨와 소노에씨만의 일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전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에 접어든 일본의 고령층 801만명은 아직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일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에 경제활동 중인 노인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하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이 많으며, 농업이나 서비스업 등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인구는 1990년 1493만명(전체의 12.1%)에서 지난해 3392만명(26.7%)으로 늘었다. 일본 내각부는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분류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가 65세가 된 2012∼2014년에는 고령인구가 연평균 111만명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경제활동인구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90년 360만명이던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올해 5월 기준 801만명까지 늘었다. 이 중에 자영업자가 아닌 783만명이 기업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층이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2013년 기준 공적 연금을 포함한 일본 고령층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은 192만6000엔으로 기초생활수급자(169만6000엔)보다 14%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도 1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4%)을 크게 웃돈다.

내각부가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35∼64세 남녀 6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를 위해 2000만엔 이상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고령층의 60%가량은 노후 대비를 위한 적정 저축액보다 적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12년 60세 이상 가계의 저축과 부채를 조사해 1∼5분위로 나눈 결과 세대주가 60∼69세인 3분위 가계의 순저축은 1315만엔에 그쳤다. 2분위는 538만엔이었고, 1분위는 부채가 95만엔 더 많았다. 세대주가 70세 이상인 1분위 가계의 저축액이 89만엔이었고, 2분위 가계(706만엔)와 3분위 가계(1446만엔) 모두 적정 저축액보다 적은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비정규직·낮은 보수 직종 중심

일본 고령층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특히 정년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는 60세 이후부터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 남성은 정년퇴직 연령인 근로자를 일정 기간 재고용하는 ‘촉탁사원’, 여성은 파트타임 근로자로 일한다.

직종도 농림어업, 서비스직 등 보수가 낮은 직종이 주를 이룬다. 전문직·기술직이나 사무직 등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고령층은 적다. 2012년 총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65세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81만9000명(12.5%)이 서비스직, 109만7000명(16.7%)이 농립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55∼59세 가운데 서비스직 종사자는 69만명, 농림어업 종사자는 21만8000명에 그쳤다.

일본정부는 1995년 ‘고령사회대책대강’을 수립하며 고령층 고용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재취업을 지원하고 연령차별 없는 고용을 추구하며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목표다. 하지만 고령화사회에 진입(1970년)한 지 25년 만에 ‘고령사회대책 기본법’을 수립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1973년부터 추진한 ‘60세 정년’을 1998년 실행하는 데 20년 이상이 걸렸다.

일본보다 심각한 한국

일본 고령층의 열악한 환경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3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13.1%로 고령사회 직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의 노후 대비는 미흡하다. 2013년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다. 고령층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이란 뜻이다. 프랑스(3.8%)나 캐나다(6.7%), 독일(9.4%)은 물론 일본(19.4%)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그 결과 노인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8.9%다. OECD 평균(22.6%)을 훌쩍 넘겼다. 경제활동참가율도 지난해 증가한 취업자 33만7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17만2000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 양국 고령화 비교해 보니… 일본의 10∼20년 뒤, 한국이 따라가는 양상

한국 노인이 더 가난… 경제활동 많이 참가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일본의 뒤를 쫓고 있다. 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 대책도 일본과 10∼20년 시차를 두고 마련되는 양상이다.

고령층(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라고 본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2000년에야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며 30년의 시차를 보였다.

하지만 점차 격차가 줄고 있다.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고령층 비중 14% 이상)가 됐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지 24년 만이었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의 시차는 24년으로 감소했다.

전체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일본은 2005년 초고령사회가 됐고, 한국은 2026년에 도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는 21년으로 좁혀졌다.

고령화 관련 정책도 일정한 간격을 보인다. 일본은 1995년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이라는 고령화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고령사회 중장기 대책의 근간이 되는 ‘고령사회대책대강’을 수립했다. 한국은 2005년에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두 나라는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지만 고령층의 경제 상황은 다르다. 우리나라 노인이 더 가난하며 경제활동도 더 많이 한다. 지난 6월 기준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일본(23.3%)보다 우리나라(33.5%)가 확연히 높다. 반면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일본(19.4%·2012년)보다 우리나라(49.6%·2013년)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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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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