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서울대병원, 무너진 신뢰 기사의 사진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병원장이 지난 6월 취임하고 나서부터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외인사 표기’ 논란에 이어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까지. 모두 현 정권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병원 안팎에선 ‘청와대 병원이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흘러나온다. 공공의료 강화와 병원 경쟁력 제고를 외쳤던 서 원장의 취임 일성은 연이은 구설에 발목잡혀 퇴색했다. 서울대병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서울대병원의 위기는 어쩌면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서 원장은 올해 2월 대통령 주치의를 갑자기 그만두고 병원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전임 원장의 연임이 예상됐던 선거는 그의 등장과 함께 판세가 바뀌었다. 내부에선 공공병원 수장으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걸로 전해진다.

서 원장 취임 후 서울대병원이 전문가로서의 결정보다 정권 이익에 맞는 선택을 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이 바로 그랬다.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백남기 농민이 수술 후 연명치료를 이어가다 지난 9월 25일 숨졌다. 그런데 주치의가 고인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하면서 ‘외압 논란’이 확산됐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과 내부 의료진은 물론이고 전문가 단체까지 나서서 “외인사가 맞다”고 했지만 서울대병원은 병사를 고집했다. 결국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서울대병원의 권위는 끝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서울대병원과 서 원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서울대병원이 최씨 일가의 단골 의원(성형외과) 원장을 산하 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센터는 건강검진 특화 병원으로 피부 성형시술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서 원장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닌 일반 의사를 외래교수로 임명한 것이다. 서 원장이 그 의사의 부인 요청으로 피부 시술 재료를 서울대병원에서 구매하도록 해준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은 증폭됐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대병원에도 최순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중국 VIP 시술을 위해 해당 원장을 교수로 위촉했다가 환자가 검진을 받으러 오지 않아 곧바로 해촉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의혹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특히 서 원장은 2014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되면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비서관과 친분을 쌓았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와 의심의 눈초리가 쉽게 거둬지지 않는 상황이다.

최씨 사건과 서 원장의 연결고리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서울대병원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다시 한번 금이 갔다. 병원 구성원들도 ‘기가 막히고 부끄럽다’며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서 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점의 남김도 없이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이 있다면 마땅히 져야 할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스캔들에 의사 여러 명이 연루돼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고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 참에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정체성과 위상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하고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 점검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게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르고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민태원 사회부 차장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