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아들의 분노, 아버지의 사과 기사의 사진
엄중한 시국에 집안 얘기를 쓰게 돼 독자들에게 송구스럽다. 하지만 한 가정의 모습이 현재 이 나라 많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거 같아 용기를 냈다.

20일 새벽 1시, 한 방송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을 다룬 직후였다.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들 방에 들어갔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구나. 다 우리 어른들 책임이다.” 스무 해를 키워오며 아버지가 아닌, 기성세대로서 한 정중한 사과였다.

아이는 ‘세월호 세대’다.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단원고보다 1주일 뒤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돼 있었다. 평소 전화를 하지 않는 아이인데 사고가 나자 두 번이나 걸어왔다. “에어 포켓이 진짜 있어요?” “선장은 왜 먼저 내렸대요?” 그와 친구들은 한동안 우울해했다. 수학여행이 취소돼서가 아니었다. 어른에 대한 배신감도 표출하곤 했다.

세월호 참사 후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부르짖었다. 세월호 전후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결과는? 수많은 국민이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물었지만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2년7개월이 흐르는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듣도 보도 못한 최순실이라는 여인과 그 일파의 국정농단만 보태졌다.

대통령은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구중궁궐 내 관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맨발로 뛰어나와 500∼600m 떨어진 집무실로 달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비서실장도, 장관도,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오직 전화와 서면으로만 상황을 챙겼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아직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5%를 제외한 95%의 국민은 지금 정신적 치유가 절실하다. 본인 잘못이 아닌데도 아이들 보기가 미안한 어른도 부지기수다. 한 사람으로 인해 왜 우리 모두가 이런 고통을 계속 겪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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