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6> 오브제 기사의 사진
포르투갈 토레스 축제
공연·미술·패션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 중에 오브제(objet)가 있다. 물건·물체·객체 등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영어의 object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쉽게 말하면 표현의 대상으로 쓰이는 모든 것을 오브제라 일컫는데 조형적 가치를 지닌 공연 소품, 공예품, 장식 미술품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예를 들어 작가가 평소 마시던 콜라 캔을 모아 조형물을 만들었다면 콜라 캔은 곧 작가의 철학을 담은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광화문 촛불시위에서도 몇 가지 재미있는 오브제가 등장했다. 어릴 적 운동회에서나 보던 오자미 던지기를 시위의 방법으로 활용했는데 대형 소쿠리 두 개를 맞물려 ‘입 꽉 다문 대통령’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이 오자미로 박을 때려 대통령의 입을 열게 하는 놀이 같은 시위 방식이다. 현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오브제 활용의 좋은 예다. 오브제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집회나 시위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풍자적 오브제 활용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해외 축제도 제법 많다. 142년 전통의 이탈리아 비아레지오 카니발은 한 해 동안 국민을 우울하게 했던 정치인이나 스포츠인을 오브제로 만들어 매년 세계의 이목을 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비리 정치인이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오브제의 단골손님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북부에 위치한 토레스 베드라스 카니발도 정치 풍자 축제로 유명하다. 올해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팔짱을 낀 오브제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니스 카니발도 각국 정치나 사건사고 등 매년 다른 주제의 오브제를 선보인다. 이른바 오브제 화법을 통한 시민들의 분노 표출,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국제적 관심을 꾀하는 것이다. 한국의 시위문화 속 오브제 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오브제의 활용은 때로 말보다 더 강력한 표현수단이 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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