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샤이 박근혜 기사의 사진
‘샤이(shy) 박근혜’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 여부를 밝히진 못하지만 속으론 박근혜 대통령을 동정하거나 지지하는 국민들을 말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이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샤이 박근혜’는 ‘샤이 트럼프(shy Trump)’를 빗댄 말이다. ‘샤이 트럼프’는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데서 나왔다. ‘샤이 트럼프’는 여론조사 과정에선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지만 투표장에서 표로 속내를 드러낸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을 뜻한다.

‘샤이’ 현상은 영국이 먼저였다.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여론조사에선 잔류가 우세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6월 23일 진행된 국민투표에선 탈퇴가 우세했다. ‘샤이 토리(shy Tory)’ 현상이다. 토리는 영국 보수당을, ‘샤이 토리’는 숨은 보수 성향 표를 일컫는다. 1992년 영국 총선 전 마지막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 1% 포인트 뒤졌으나 실제 투표 결과는 보수당이 7.6%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이후 영국 여론조사 업계는 숨은 표를 반영해 조사 결과를 보정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한다.

그럼 ‘샤이 박근혜’는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4%, 부정평가는 93%였다. 4%는 의견을 유보했다(신뢰수준 95%±3.1%P). 일각에선 25%에 불과한 응답률을 ‘샤이 박근혜’의 근거로 들고 있다. 유보 입장을 표명한 4%도 ‘샤이 박근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를 모두 합치더라도 10%를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 일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번엔 ‘샤이 탄핵파’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탄핵에 앞장서지는 못하지만 내심 찬성하는 새누리당 친박계 또는 중도 성향 의원들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샤이 박근혜’도 엄연히 존재한다. ‘샤이 탄핵파’와 ‘샤이 박근혜’의 물밑 힘겨루기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샤이 박근혜’가 탄핵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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