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81> 노래의 힘 기사의 사진
촛불집회에서 노래하는 전인권
주말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성난 민심의 표출로 얼룩지고 있다. 국민들의 질서 정연한 시위는 놀라울 정도다. 100만명이 넘게 참가한 집회는 비폭력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성숙된 의지인지 한눈에 가늠된다. 이러한 질서를 유지하고 축제를 벌일 수 있는 힘의 균형에는 우리시대의 노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대규모 집회에 등장하는 노래가 있다. 군부독재 정권에서 시민과 함께했던 노래는 이제 새로운 노래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2004년 발표된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시위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 아니지만 우리시대의 위로와 격려가 응축된 울분을 공감하게 하는 노래다. 지난 집회에서 이 노래가 촛불 사이로 울려 퍼졌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의 가슴은 터질 듯 서로를 보듬어 안았다. 시위에 동참한 대학생들은 걸그룹 소녀시대의 히트곡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항변했다. 이 노래는 지난 7월 이화여대 시위 현장에서 불렸다. 시국의 현실과 자신들의 뜻을 대변하는 가사는 마치 맞춤 곡처럼 적확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의 뜻에 가장 잘 부합하는 노래를 손쉽게 가져와 결속의 장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세상은 텍스트 문화에서 모바일 시대로 변했다. 획일화를 원치 않는다. 각자의 개성을 살릴 다양한 문화를 선호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정치적 맥락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본다. 정치보다는 상식의 논리로 접근한다. 조직적인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다. 그간 집회문화와 확연한 차별을 불러온 것이다. 노래의 힘은 한 사람에게 꿈을 심어 준다. 또 대중에는 뜻을 관철시키는 결집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노래는 독약 같은 세상에 더렵혀졌던 혈관까지 짜릿하게 뚫어주었다고 표현했다. 그것이 노래의 진정한 힘이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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