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급할때만 ‘여성’ 찾는 朴 대통령… 정작 여성정책은 뒷전

“여권 추락”… 여성들 공분

[기획] 급할때만 ‘여성’ 찾는 朴 대통령… 정작 여성정책은 뒷전 기사의 사진
직장인 김모(53·여)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헛웃음만 나왔다. 김씨는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7시간 동안 출근을 제대로 했냐는 근태 문제”라며 “가뜩이나 직장에서 여성들은 승진도 어려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여성을 깎아내리는 꼴”이라고 열을 올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여성은 비리에 공분하면서도 한편으론 김씨처럼 불편한 마음도 있다. 이들은 “지도자가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문제인데 마치 여자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오해될까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 정모(27·여)씨는 “공적 지도자의 문제에 여성 프레임을 가져오면서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식으로 비난의 방향이 달라질 것 같았다”고 걱정했다. 김모(30)씨는 “여성의 사생활을 운운한 건 대통령이 권력을 지키려고 남녀 갈등을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분개했다.

박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에 여성 프레임을 내세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임기 초기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운동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은 “가녀린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라며 감쌌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남자 상사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여자라 그래’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나올까봐 걱정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속상해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실제 여성정책 평가는 참담하다. 궁지에 몰릴 때 여성을 운운하는 것과 달리 정부 정책에는 여성의 관점이 없었다는 평가다.

박근혜정부의 여성정책을 아우르는 핵심 기조는 일·가정 양립이다. 하지만 일·가정 양립 정책은 여성들에게도 찬밥 신세다. 전국여성연대가 지난달 아이를 기르는 여성 14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권의 보육정책은 5점 만점에 평균 1.74점을 받았다.

특히 보육문제에 불만이 많았다. 응답자의 90%는 공공 보육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은 “국가 차원의 일·가정 양립은 근본적으로 공공 보육 강화가 시작인데 정부의 결과물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과거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아이 10명 중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여성 근로자의 고용형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시간제 일자리가 있다. 정부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겠다며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로 시간제 근로를 내밀었다. 대부분 임금이 열악한 일자리였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정부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렸다”며 “이제는 낮은 임금 수준의 시간제 일자리가 곧 여성 근로자로 여겨지면서 여성 근로자의 고용형태가 시간제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시간제 근로자의 70%는 여성이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3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들은 남성이 받는 임금의 62.8% 수준을 받는 데 그쳤다. 전체 여성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정권 첫해인 2013년 반짝 개선됐다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적인 인연으로 맺어진 비선실세에 의존한 인사정책도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은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은 “남녀 막론하고 인사배치는 능력, 성취에 기반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정권은 그런 공정성이 부재했다”며 “단순히 여성 대표가 되는 게 사회적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게 이번 정권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인선한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등 여성 고위직 인사들도 논란이 됐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성별에 관계없이 사회적 성취는 공정해야만 의미가 있는데 이번 정권은 여성들의 노력에 정당성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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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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