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주원] 산업 차원서 4차 산업혁명 보자 기사의 사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 그 정부가 이루어놓은 모든 정책과 성과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러나 아무리 무능한 정부라 하더라도 과(過)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功)도 분명히 있다. 우리 역사상 대표적으로 무능하고 폭군으로 묘사되는 연산군 시대에도 빈민구제, 물가안정, 국방강화 등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있었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 5공화국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비판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만큼 안정적 성장이 지속되었던 시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외환위기를 자초했다는 김영삼정부도 대외개방성을 확대해 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을 잡았고 금융실명제를 통해 부정부패의 고리를 차단한 점은 훌륭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결정적 ‘한 방’이 그 업적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것도 영원히 지워버린다.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현 정부의 경제 분야에서도 공으로 평가될 부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제조업 혁신 3.0’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뚜렷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 부상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에 우리 정부가 신속히 대응했다. 비록 그것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모티브에서 시작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빛의 속도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 어젠다는 한국경제에 있어서 희망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정말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아직은 4차 산업혁명이 ‘스마트팩토리’로 대변되는 생산 공정에서의 비용절감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충 정리해보면 크게 세 부류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스마트팩토리 관련 또는 거기서 다소 진보된 기술과 네트워크 시스템을 잘 구축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외국 기업들을 동경하는 그룹이 있다. 둘째, 최근 부상하는 모든 기술을 다 끄집어내어 4차 산업혁명과 엮으면서 무언가 그럴듯한 산업군을 만들어내려는 부류가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이 경제적 측면을 넘어 정치, 교육, 문화 나아가 사람의 의식까지 확산되어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는 그룹이 있다. 이 중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우리가 가져야 할 스탠스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의 성공사례가 아니다. 더구나 이제 산업화의 가능성을 테스트 중인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판타지 소설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두 번째가 보다 구체적이기는 하나 그것도 정확한 핵심은 비켜가는 것 같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초점은 혁명의 동력이다. 그 혁명에 이용되는 기술력, 자본재, 시스템, 인력이다. 즉 혁명을 움직이는 동력시장에 우리가 공급자가 될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산업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자가 될 수 있는 가능한 산업과 기업이 있는지, 국내 시장에서 산업혁명이 발전하는 과정에 걸림돌이 될 제도상의 문제점이 있는지,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분야들에서 우리 인적 자본의 적용 가능성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보다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가 정신이 없다. 그래서 정치 이외 다른 이슈들에 대해 관심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그래서 그 성장동력으로 한국경제가 부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 그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현 세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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