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특별검사 기사의 사진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얼굴은 불콰했다. 낮술 탓이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발령을 받은 그는 1999년 6월 7일 ‘송별오찬’에서 폭탄주를 마셨다. 취기에 만용이 더해진 탓일까.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유도했다.” 진 검사장은 기자들에게 ‘천기’를 누설했다. 특별검사제 도입 계기가 된 사건이다. 그는 고검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송별오찬이 ‘퇴임오찬’이 된 것이다. 김태정 법무장관도 옷을 벗었다. ‘노조 잡으려다 집안 식구 잡았다’는 비난을 들었다. 이후 검찰에 낮술 금지령이 떨어졌다. 호사유피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이라고 했던가. 그는 국회청문회에서 “왜 폭탄주를 마셨나”라는 질문에 “양주가 너무 독해서”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당시 특별검사는 강원일씨.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전경환(전두환 대통령 동생)씨 수사를 놓고 수뇌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던 강골검사였다. 그러나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던가. 특검은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고, 법원 역시 파업 유도 혐의에 대해선 무죄판결을 내렸다. 특별검사 1호라는 영예는 안았으나 명예를 얻지 못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특별검사는 검사가 아니면서 검사다. 말 그대로 ‘특별한’ 검사다. 권력형 수사에는 늘 뒷말이 나돌았다. 까놓고 말하면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 출발한다. 정치검찰의 업보다.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유무죄를 결정짓는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이야말로 막강하다. 우리는 그 권한을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른바 기소독점주의다. 그런데 검사가 아닌 사람에게 기소권을 준다는 것은 검찰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특검으로 선택했다. 헌정 사상 12번째 특검이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댈 특검을 결정하는 것은 잔인하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현실은 너무 중차대하다. 어쩌랴, 자업자득인 것을. 특검의 칼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생명의 칼이 되기를 진실로 바란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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