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 내 생애 최악의 만남 기사의 사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30여년 정치 인생 중 가장 후회하는 일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는 인터뷰 기사를 며칠 전에 접하고 조금은 놀랐다. 친박(親朴)→탈박(脫朴)→복박(復朴)→비박(非朴)의 길을 걸어온 그였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미움이 저 정도였었나 싶어서다. 일각에선 그래도 그렇지 김 전 대표가 대통령과의 인연 자체를 부정하고 나올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여대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홍보수석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길에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은 윤 전 대변인인데 귀국 종용 논란이 벌어지면서 결국 L 전 수석도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직후 L 전 수석은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내 인생에서 윤창중을 만난 것은 최대 악연”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상대로 인한 배신감과 증오가 극에 달하면 첫 만남부터 후회하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국민적 분노에 의해 대통령 임기를 못 채우는 상황에 몰려 있는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두 사람은 40년을 동고동락해 왔다.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에도 만남 자체를 후회하는 발언을 내놓은 적은 없다. 다만 지난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돌이켜 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중도에 내려오고 공범으로 사법 처리를 받게 되면 최씨와의 인연을 두고 “내 생애 최대 악연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번 사건으로 일가족이 쑥대밭이 된 최씨가 먼저 대통령과의 만남을 후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처음부터 사람을 가려 사귀지 못한 모든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는 것을.

한민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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