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교육도 복음처럼 행복하면 좋겠어요”

시골 학교서 ‘자연 속 교실’

[예수청년] “교육도 복음처럼 행복하면 좋겠어요” 기사의 사진
전북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 아이들이 학교 텃밭을 가꾸기 위해 수레로 낙엽을 실어오고 있다. 한충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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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이서초등학교 교사 한충희(33)씨는 수업이 끝난 뒤 한 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한글능력이 부진해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쉽게 쫓아가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다 해외선교사 자녀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러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설교 말씀을 해석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달 25일 학교에서 만난 충희씨가 말했다. “한글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수업을 듣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때 깨달았어요. 이 아이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한글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음 심는 ‘선생 김봉두’

그는 2009년 3월에 처음 교편을 잡았다.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교생이 20명이 채 안되는 작은 시골학교였다.

3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학생은 2명이 전부였다. 시험을 보면 둘 중 하나는 집에 가서 부모님께 1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학생 수가 적으니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기 좋았다. 가을에 은행나무 잎이 지면 그 위에 아이들과 함께 누워 얘기했고, 학생 생일엔 케이크 몇 조각으로도 반 아이들 전체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한 학생이 아버지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뭘 받고 싶으시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90점이 넘은 시험 성적표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학생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평균 89점으로 아깝게 실패했다. 아이는 엎드려 울었다. 충희씨는 아이에게 “그래도 반 1등”이라며 위로했지만 아이들이 벌써부터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분교장과 함께 이런저런 명목의 상장을 만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줬다.

“복음이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듯, 교육도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것이면 좋겠어요. 우리도 각자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하면 하나님께서 ‘잘하였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라고 말씀하시며 상장을 주시지 않을까요. 이게 제가 사는 이유가 되길 기도합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 동료교사와 갈등이 생기거나 학부모에게 항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충희씨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심고 있었다.

하나님 창조한 자연을 배우는 아이들

양화분교는 산 아래 있다. 아이들은 학교 주변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진달래꽃을 따와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하루는 숲 해설가와 함께 학교 주변에 있는 나무에 대해 공부했다. 편백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배롱나무 등 다양한 나무에 이름표를 걸며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같이 적었다. 아이들이 나무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아이가 두 팔로 자신의 나무를 안으며 “이 나무를 안으면 선생님을 안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했다. 충희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너에게 포근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양화분교에선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동물을 키웠다. 첫 번째 동물은 병아리였다. 유정란을 부화기에 넣었고, 20일째가 되자 달걀 한 개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껍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튿날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병아리의 울음소리가 교무실에 울려 퍼졌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틀 후 병아리가 죽었다. 충희씨는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다른 병아리를 구해 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실대로 얘기해서 병아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되새기기로 했다. 충희씨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미 닭의 품도, 친구도 없던 병아리가 많이 외로웠나보다. 병아리는 혼자 있으면 춥고 외로워서 잘 살지 못해. 우리들 중에도 혹시 혼자 있는 친구가 있는지 살펴보고 외롭지 않게 보살펴 주자.”

아이들은 병아리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줬다. 아이들은 죽은 병아리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양별이. ‘양화분교 병아리, 이제 하늘에서 별이 되어라’라는 뜻이다. 병아리에 이어 학교 뒤편 공터에 사육장을 만들어 토끼를 키웠다. 충희씨는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행복한 것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있을까요. 강아지와 토끼처럼 각자의 모습은 달라도 우리 아이들이 모두 함께 어울리며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충희씨는 지난해 이서초등학교로 옮기기 전까지 양화분교에서 최대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인 6년을 꼬박 채웠다. 더 큰 학교로 가면 업무도 줄어들고 외롭지 않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충희씨가 말했다. “예수님처럼 주변 친구들을 사랑하고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응원하고 싶어요. ‘교실은 작지만 우리들의 꿈은 결코 작지 않단다’라고.”완주=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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