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촛불과 빛 기사의 사진
생체발광 버섯. 위키피디어
어느덧 시간은 한 해의 끄트머리로 우리를 몰아내고 달력은 볼품없게 한 장만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12월은 화려한 불빛으로 연말연시 분위기를 만들어 아쉬움으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거리를 수놓은 다채로운 불빛 장식들로 가로수가 몸살을 앓기도 하지만 잠시나마 고단한 세상사를 잊게 하는 형형색색의 불빛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인지 모른다.

감성을 지니진 못하였지만 자신이 직접 빛을 발산하는 생명체들도 적지 않다. 생물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생체발광은 미생물, 버섯 그리고 많은 동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균과 같은 미생물에는 70여종, 버섯류에는 50여종이 알려져 있고, 동물에는 기생충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류군에서 자체발광 능력을 지닌 종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름 밤하늘을 신비한 불빛으로 수놓는 반딧불이는 우리에게 정서곤충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 생체발광 동물이다.

생체발광을 하는 동물 중 많은 종류가 빛이 투과되지 않은 암흑의 깊은 바닷속에서 생활한다. 이들에게 있어 빛을 낸다는 것은 그들 간의 소통을 위한 교신 수단인 동시에 먹잇감을 유인하거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행위다. 심해아귀는 입 앞으로 내린 자신의 촉수를 발광하여 먹잇감을 유인하고, 심연의 해파리는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무리에게 경보를 알리거나 포식자를 놀라게 하기 위해 빛을 발산한다. 또한 깊은 바닷속 오징어 중 일부는 위험에 처하면 먹물 대신 발광 액체를 내뿜어 적을 교란시킨다.

생물이 발산하는 빛은 자신의 신진대사를 통해 만들어지거나 체내 공생하는 발광 박테리아에 의해 발산된다. 빛을 내는 것은 소통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우리도 그렇다. 밀랍양초이건 LED초이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200만에 이르는 촛불 역시 암흑과 같은 현실을 극복하려는 전 국민의 몸짓이고,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소통이며 생존을 위한 실천적 행위라는 사실이다. 분노하나 냉정하고 비통하나 노래하는 광화문광장의 사람들이 들어올린 작지만 위대한 촛불은 세상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빛을 발한다. 그 빛의 힘으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 우리 모두의 희망을 함께 노래하자.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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