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뷰-조성돈] 역사 앞에 선 하나님 백성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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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오해했다. 하나님이 자신들만의 하나님인줄 알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알았다. 자신들을 복 주고, 자신들을 지켜주고, 전쟁에서 앞서 싸워주는 하나님으로 알았다. 그래서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주시고, 광야에서 만나를 주시고, 가나안의 새 땅을 허락해주신 줄 알았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지만 또 이 세계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통해 이 세계의 구원을, 그리고 이 인류와의 화해를 원하셨다. 이스라엘은 제사장 나라로 이 세상을 구원할 역할을 감당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 역할을 감당하기는커녕 스스로 무너졌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내부로부터 부패와 불의가 가득했고, 성전에 우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사장 나라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이 이스라엘을 치신다. 이스라엘은 의아하다. 하나님의 백성이 망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자신의 죄를 돌아보기보다 하나님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다. 그때 선지자가 말한다. 이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이방나라를 들어 이스라엘을 치시는 것이다.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나님 백성은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거꾸로 이방민족을 들어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운 때에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바로 이 구속의 역사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성장하고 세계적인 교회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대한민국이 빈민국에서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하나님 은혜다. 은혜는 하나님 선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명에 대한 위탁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 그 역할을 감당했어야 했던 것과 같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 빠른 성장을 위해 도덕을 내려놓았던 과거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어느 누구를 욕하고 있지만 실은 그는 우리 비도덕의 실체일 뿐이다. 대통령은 40년간 최태민과 최순실로 이어지는 한 집안에 의해 영적, 심적인 지배를 받았다. 그의 말처럼 그것은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이었다. 그 비정상이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했다. 그래서 그는 국회의원도 했고, 새누리당의 대표도 했고, 대통령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실질 지배했던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들로 악을 행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의 많은 사람은 그들의 실체를 알면서도 외면했고, 오히려 그들과 함께 더 거대한 악을 행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이 사회가 갖고 있었던 죄악의 총체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어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역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총체적인 범죄와 비도덕에 대한 문제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존재해 나갈 수 있는가, 또 한국교회가 앞으로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를 묻는 역사의 문제다. 지금 이 때에 이 비도덕과 악함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 개인이 무너지고 물러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도덕을 비도덕이라고, 악함을 악함이라고 정죄하지 못한 결과를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도덕이 무너지면 사회가 붕괴되고, 사회가 무너지면 나라의 패망으로 이어진다. 김형석 박사는 그의 책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서 로마의 패망은 결국 로마인들 가치관의 퇴락과 혼란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가치관이 선의 의지와 신념을 잃고 협력과 봉사의 방향을 등지게 되면 사회는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선의를 상실하고 내적인 파국을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치관 붕괴이며, 인생관의 반도덕적인 경향이 로마를 비롯한 모든 사회와 민족의 종국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냈고, 200만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을 보고 다들 국민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정치의 무능함을 지적해야 한다. 국민들의 뜻을 대의하라고 국회로 보냈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악을 다스리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도덕과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선악의 싸움에서, 도덕과 비도덕의 싸움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나는 믿는다.

조성돈 목회사회학 실천신대 교수,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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