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끝내야… 견제·균형장치 만들라 기사의 사진
리포코리아(RefoKorea)는 ‘The Reformation Korea’의 줄임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국정이 혼란스럽고 장기 경제침체 상황으로 치닫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한민국호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개혁과 갱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일보는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리포코리아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내년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교회와 사회 두 영역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중 기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정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유고가 아닌데 유고나 다름없는 비상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세 차례 대국민 담화만 발표했을 뿐 단 한 차례도 공식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정치적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국정 표류도 장기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대신할 새로운 리더십 문제를 놓고 정치권도 좀처럼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의 문제냐, 시스템의 문제냐

꺼질 줄 모르는 거대한 촛불민심에 직면한 박 대통령의 위기는 4·19혁명 직후의 이승만 대통령에 비유된다. 이승만은 혁명 발발 일주일여 만에 스스로 하야를 선언함으로써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걸었다. 도저히 리더십을 회복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국가와 더 이상의 국민 희생을 막기 위한 고독한 결단이었다. 이 하야를 사가들은 “이승만이 한 인사 중 가장 잘한 인사”로 평가한다.

박근혜정부는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지 못해 최순실이라는 일개 자연인이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 그 결과 국정은 최순실의 사유물로 철저하게 농단됐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미비해 박근혜정부가 괴물이 된 게 아니다.

입법, 사법기관은 물론 행정부 내에도 대통령을 견제하는 시스템은 존재한다. 그 1차적 기관이 대통령 비서실이다. 비서실은 보좌기구인 동시에 대통령의 잘못을 거르는 거름종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했다. 비선의 문제점을 제기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인 비선의 존재는 외면하고, 문제를 제기한 참모를 국기문란범으로 단죄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하수인 역할에 만족함으로써 박근혜정부 실패에 일조했다.

박 대통령은 권력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선의 요구를 거절하는 참모들을 내치고 그 빈자리를 최순실의 사람 등 예스맨으로 채웠다. 참모는 대통령과 국정을 논하는 공복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를 토 하나 달지 않고 충실히 이행하는 하인 신세로 전락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운영하는 지도자가 이를 사유화하고 무력화하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가 더 크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소통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본다. ‘87년 체제’가 성립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모두 비슷한 일을 겪었으니 제도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 어느 때보다 개헌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책임제 등의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좋다, 나쁘다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다 일장일단이 있어서다. 관건은 누가 대통령(혹은 총리)이 되더라도 국정 농단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어떤 권력구조를 선택하든 견제와 균형 장치가 지금보다 강화된 제도적 절차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담보돼야 그나마 리더십의 실패를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동떨어진 리더십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명제를 재확인시켰다. 국민과 소통하라는 줄기찬 요청을 끝내 외면하고 자기만의 틀에 갇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되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임기 말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조적이다. 오바마의 인기는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감소 등 경제적 요인도 있으나 공화당 등 반대세력까지 포용하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도적 견제·균형 장치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와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소통의 적임자인지, 그걸 찾는 건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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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흥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wle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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