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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예산’ 4000억 삭감… ‘쪽지예산’은 급증

증·감액만 4조 규모… 심사과정도 비공개 ‘졸속’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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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진석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윤호중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2017년도 예산안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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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400조원을 돌파한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감액 규모가 예년보다 컸다. ‘최순실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고, 이를 틈탄 국회의원들의 증액 요구는 봇물을 이뤘다. 여·야·정은 막판 누리과정 예산 추가 확보와 법인세 인상안에 대한 ‘빅딜’로 예산안 처리 파행은 막았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불가라는 국정 기조를 지키기 위해 후임 정부에 누리과정 재정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400조7000억원 규모였던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사에서 최순실 예산 4000억원 등 2조6000억원 정도가 감액됐다. 보류된 사업예산까지 합치면 정부안의 약 1%에 해당하는 4조원가량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뒤바뀌었다. 통상 총액의 0.5% 안팎의 미세조정에 그쳤던 관례에 비춰 상당한 변동 폭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최순실 연관 사업으로 분류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 펀드 등 174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케이밀(K-meal) 관련 사업 20억원, 보건복지부의 개발도상국 개발협력사업 예산 중 K프로젝트 사업 17억원 등도 심의과정에서 사라졌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예산도 1조원 이상 삭감됐다. 당초 정부는 노동개혁법 통과를 전제로 고용보험 등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회가 이를 모두 삭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대부분 보류됐다.

반면 증액을 요청한 사업 규모는 40조원에 이르렀다. 이 중 대다수는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인 ‘쪽지예산’이었다. 올해 증액 요구액은 2013∼2015년 상임위원회별 증액 요청사업 총액 15조∼20조원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국회는 당초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예산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올해도 증액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순실 예산을 걸러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번 예산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구체적인 증액 사업 규모가 밝혀질 경우 쪽지예산에 대한 부적절성 시비가 일 가능성도 높다.

당초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확대와 법인세·소득세 인상 모두 반대했다. 정부 지출인 세출예산과 수입인 세입예산 양쪽 모두에서 원안을 고수한 셈이다. 그러나 여야 간 줄다리기 끝에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시도 중지를 받아내는 대신 누리과정 부족 예산을 다른 ‘돈주머니’에 넣어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특별회계 신설을 내줬다.

매년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반복됐지만 정부는 그동안 약 5000억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했을 뿐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회계 안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지출되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이번에 3년 한시적이라고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관련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중앙정부 지원 규모도 기존의 1.5배가 넘는 8600억원으로 늘렸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인상 불가를 고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켜온 재정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탄핵정국을 감안하면 내년 만들어지는 특별회계는 다음 정부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사실상 다음 정권에 폭탄을 떠넘긴 셈”이라며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3년 뒤에 특별회계 계정을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전웅빈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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