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 의 차이나 스토리] 재산 감추고 백혈병 딸 치료비 모금한 파렴치한 기사의 사진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뤄얼의 다섯 살 딸 뤄이샤오는 지난 9월 급성림프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광둥성 선전의 아동병원에 입원한 이샤오는 지난달 초 병세가 위급해집니다.

뤄씨는 지난달 25일 SNS 위챗에 가슴 아픈 딸의 사연과 함께 하루 5000위안(약 85만원)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후원을 요청합니다. 인터넷 금융업체를 운영하는 뤄씨의 친구 류샤펑도 자신의 회사 위챗 계정을 통해 모금 활동에 동참합니다. 네티즌들의 성원은 뜨거웠고 이렇게 모인 돈이 지난달 30일까지 260만 위안(약 4억4000만원)이 넘었습니다. 11만명 넘는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호응에 이어 곧바로 반전이 일어납니다. 한 네티즌이 뤄씨가 선전과 둥관에 모두 세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속았다”는 여론이 확산됩니다. 다급한 뤄씨는 “둥관에 가지고 있는 두 채의 집은 등기가 안 돼 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등을 돌렸습니다. 더욱이 이샤오의 전체 병원비 20만 위안(약 3400만원) 중에 뤄씨가 부담한 것은 3만6000위안(약 612만원)에 불과하다는 폭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나머지 80%의 병원비는 보험 처리가 됐다고 합니다.

결국 뤄씨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위챗을 통해 모금된 돈을 모두 돌려주고, 부동산을 처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모두 먹고살기에 바쁜 중국은 기부문화가 세계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중국은 지난 9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자선법’을 발효시켰습니다. 이번 뤄씨의 사기성 모금 사태로 찬물을 맞을 게 분명합니다.

중국 홍십자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매년 2만명의 어린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습니다. 이들 가정의 4분의 3은 연소득 3만 위안(약 510만원) 이하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수많은 백혈병 가족들만 엉뚱한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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