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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여의도로 향하는 민심 직시하라

“탄핵안 처리에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에 경고 메시지… 불확실성 제거 위해 표결 뒤 해법 모색 필요”

촛불 민심이 광장을 벗어나 여의도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3일 새누리당 당사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수많은 달걀이 날아들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대형 깃발은 찢겨졌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민심의 분노는 여당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야당 인사들은 “똑바로 하라”는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수많은 항의 문자에 전화번호를 변경해야만 했다. 민심은 새누리당을 1차 타깃으로 삼았지만, 탄핵안 발의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야당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예상됐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보호해온 친박계에게 해체 요구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국민들을 여의도까지 불러들인 데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책임이 상당하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발표 이후 모호한 태도로 돌아섰다.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에게 퇴진 시점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 열차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퇴진을 외쳐온 국민들로선 탄핵마저 모호한 태도를 보인 비박계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여론에 밀려 4일 박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표결에 참여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평가할 만하다. 국민들은 야당에도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야당이 정국 수습보다는 대선 전략에만 골몰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1월 말 사퇴’ 발언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선 유불리를 떠나 일관성 있게 탄핵을 추진해 달라는 엄중한 주문이 담겨 있다.

야권은 9일 표결 강행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더라도 탄핵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탄핵안 처리는 멈출 수 없는 상수로 변해가고 있다. 촛불 민심이 바라는 최소한의 요구이기도 하다. 헌법을 위반한 박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는 것은 국회가 오히려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게 민심이다. 여의도로 향하는 민심을 정확히 읽을 때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은 계속 추진되는 게 맞다. 탄핵안을 처리한 뒤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 좌고우면하는 비박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곧 네 번째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 여부를 떠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을 통해 탄핵안 처리 지연을 노린다면 청와대와 여의도로 향하는 촛불 민심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아무런 전제 조건이 없는 진솔한 해법을 마지막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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