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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전석운] 정상외교 못하는 대통령

트럼프發 파도 한반도를 덮치는데 외교 현안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특파원 코너-전석운] 정상외교 못하는 대통령 기사의 사진
내년 8월 해외 근무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할 예정인 공무원들은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하야하고, 6월에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보도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습관처럼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된 기억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마음이 뒤숭숭하다는 것이다. 개헌까지 하게 된다면 다음 정부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한국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외국 정부 공무원들도 어정쩡한 입장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상태로 빠져들면서 한국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한국과의 협상이나 접촉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을 중단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협상을 누가 마무리할지 가늠할 수 없다”면서 “협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다우존스는 지난 2일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지만, 국회가 박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제 부총리 교체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정상외교는 올 스톱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로 갈수록 해외 순방으로 바빴지만 박 대통령의 내년 해외일정은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미국의 권력이 8년 만에 교체됐지만 한·미 정상회담 추진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지난달 전화통화를 하면서 만남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박 대통령이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되면서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나 접촉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양자회담이건, 다자회담이건 한국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다. 11월 19∼20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불참을 시작으로 한국 대통령은 어떤 해외 정상과도 교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 부재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고립과 난관을 부른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20일이면 출범하는데 상당히 거센 통상압력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 동안 추진할 과제 중 한·미 FTA가 빠졌다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그 불똥이 고스란히 한국에 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도 그 조건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 200억 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흑자 3% 초과, 지속적인 시장개입 등 3가지를 환율조작국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한국은 이미 무역흑자 규모 등 2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0월 한국을 환율조작국 바로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제품에 45%의 고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이행할 경우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가리더십 부재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명분으로 하야를 미루고 있지만, 이미 정상외교도 못할 만큼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기 단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가능한 한 국정공백 기간을 단축하는 게 좋겠다. 절대 다수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탄핵 절차를 지켜보는 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국정공백을 연장시킬 뿐이다. 설사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직을 하루빨리 그만두기를 권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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