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더하고 수수료 빼고… 블록체인, 금융을 바꾼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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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blockchain)이 한국 금융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블록체인은 ‘공공거래 장부’ 혹은 ‘분산형 디지털 장부’로 번역한다. 데이터를 참여자에게 분산 배치해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 중앙집중형 서버는 단 한 번의 해킹으로도 데이터가 몽땅 털릴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의 분산배치를 거치면 일부 데이터가 위·변조 되더라도 오류를 잡아낼 수 있다. 보안에 있어 ‘개방’이 ‘폐쇄’를 이기는 역설이다. 이중장부 또한 발을 붙이지 못한다.

블록체인은 공인된 제3자 없이 참여자끼리 정보를 나눠가지며 거래를 성사한다. 2009년 1월 나온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로 처음 등장했다. 지금은 휴대전화나 생체정보를 통한 금융권 간편인증은 물론, 의심거래 정보 공유와 청산결제 업무 자동화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특히 은행은 기존의 폐쇄형 서버를 운용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수수료 등을 절감하는 이점이 있다.

은행권 컨소시엄 활동 개시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의 부상에 따라 지난달 24일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가 참여하고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등 연구기관이 자문하는 체제다. 은행권에선 16개 기관이 모여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0여개 증권사가 컨소시엄에 가입할 예정이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개 대형은행은 이미 ‘R3CEV’로 명명된 글로벌 컨소시엄에 가입돼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등이 주도하는 이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인데, ‘고객을 확인하라(Know Your Customer)’는 모토로 운영된다.

글로벌 컨소시엄은 비대면 실명확인을 넘어선 다양한 적용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 1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바클레이즈 등 11개 은행이 디지털통화를 교환하며 거래 속도를 테스트해 즉시 거래와 정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2월에도 BOA 등 40개 은행이 인간의 손길 없이 기업어음 거래를 처리하는 시뮬레이션에 성공했다.

KEB하나은행이 포함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15일 ‘R3CEV’ 컨소시엄 내에서 국내 지급결제 및 인증 프로젝트를 진행해 국내 최초로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국내 지급결제’ 프로젝트는 외화가 아닌 원화를 이용해 디지털 방식인 스마트 계약서로 자동화한 것이고, 인증 프로젝트 역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인증절차를 자동화해 고객의 번거로움과 직원의 인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시행됐다. KEB하나은행과 IT자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 IT기술센터에서 관련 연구를 담당했다. 하나금융 미래혁신총괄 한준성 전무는 “기술검증에만 그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상용 금융 플랫폼 개발과 이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실명확인 때 증빙자료를 블록체인에 보관하고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지난 4월 구축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본인인지 확인하는 방식은 현재 은행권 전체에서 모바일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때 적용되는데, 국민은행은 신분증과 이체내역을 확인할 때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암호화된 값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전달돼 모두의 합의에 의해 거래가 등록되기 때문에 악의적 공격자가 데이터를 변조할 수 없다”며 “데이터 원본이 없이도 데이터 위·변조 여부 검증이 가능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해외송금 눈앞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은 현재 비트코인 송금 및 거래가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 등지로 해외송금을 이용하는 방식을 고려했다. 아직 우리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관련 법제화를 하지 않아 서비스 시작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기술적 어려움은 상당부분 개선됐다. 금융위는 신한은행의 경우 “골드바 구매 시 모바일 보증서를 발급하고 블록체인의 정보와 대조하여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8월부터 은행 내부에 블록체인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제반 기술 연구와 비즈니스 모델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 실무협의회는 은행 내 관련 부서 8곳과 자회사 4곳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우리은행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모판 역할을 하는 ‘위비 핀테크 Lab’도 운영 중이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전문 브랜드 위비뱅크에 관련 기술이 모두 집대성돼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 인터넷 뱅킹에 생체정보인 지문인증을 도입했는데, 이때 보안성이 입증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스마트폰 뱅킹에서만 되던 지문인증을 인터넷 뱅킹에까지 확대하면서 공인인증서 없이 지문으로 계좌조회 이체 금융상품 가입 등의 거래를 하게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기록상 전자서명 부인 방지 및 보완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해 검증체계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핀테크 기업들을 위해 운영체계(API)를 오픈하는 등 디지털 금융의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다.

IBK기업은행은 국내 대표 블록체인 업체인 코빗과 업무협약을 통해 비트코인 해외송금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드물게 블록체인 관련 경연 대회인 ‘IBK 블록체인 핀테크 해커톤’ 행사를 지난 7월 경기도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했다. 핀테크 기반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새 금융서비스 사업화 노력의 일환이다.

모바일 결제금액 키우는 카드업계

카드업계도 개인인증시스템에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모바일로 30만원 이상을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나 전화(ARS) 등을 통한 추가 인증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하면 별도 인증 없이도 가능해진다. 공인인증서 재발급 등의 번거로운 절차도 사라진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통한 카드사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6일 블록체인 기반 지문인증 서비스를 롯데카드 앱에 도입했다. 별도의 로그인이나 공인인증서 인증 과정 없이 지문만으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도 앱카드 ‘K모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 기존 아이디·비밀번호,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방식에 더해 블록체인을 통한 6자리 비밀번호 인증방식이 추가되는 것이다.

■블록체인(blockchain)
-공인된 제3자 없이도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의 합의로 거래 실현 -매 10분마다 새로운 거래정보를 담은 블록(Block)이 시간 순으로 계속 연결되기에 '블록체인'이라 명명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이며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분산해 기록하며 각 참여자의 승인을 받아 블록을 생성

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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