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저출산 대응, 발상을 전환하자 기사의 사진
지난주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3∼5세 유아들에 대한 누리과정이 3년간 한시적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도록 합의했다. 누리과정이 생겨난 배경이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였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여당도 야당도 공치사를 했다.

그런데 과연 누리과정 예산이 확보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 혹은 최근 국회에서 꽤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이 도입되면 그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확신을 갖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리과정이나 아동수당이 저출산의 주요 해결책으로 고려되고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복지정책의 일환이고 복지혜택을 반대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촘촘한 사회복지가 절대로 나쁠 리 없다. 하지만 복지와 출산율의 관계는 학술적으로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출산율이 높지만,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같이 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들의 출산율은 낮다. 선진국 중에 가장 복지제도가 열악하다고 알려진 미국의 출산율은 스웨덴보다도 높다. 이처럼 복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저출산 정책을 복지제도와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복지예산을 확보했다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예산을 마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판 중의 오판이다. 지난 10여년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통해 저출산을 해결하려 했으나 상황이 전혀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우리 현실이 그 방증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저출산 정책을 복지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아동을 사회투자의 대상으로 삼자는 식의 개념적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말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마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투자원금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투자의 기본 원리를 저출산 극복에 도입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한 지역의 과거 출산 패턴과 출산을 직접 담당하는 연령대의 여성 인구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기존 출산 패턴이 지속될 경우 3년 뒤에 태어나게 될 아이의 수를 예측한다. 예측된 수를 기준으로 가령 10%가 더 태어나는 것을 달성할 목표로 삼고, 어떻게 하면 이 지역에서 3년 뒤에 예측보다 10% 더 많은 아이가 출생할 수 있을지 아주 세밀한 그러나 실현 가능한 실행계획을 세운다. 또 필요한 예산 규모도 추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설계하는데, 목표를 달성하면 투자금의 회수는 물론 시중 금리보다 높은 배당금이 지급되도록 해서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이므로 10%에 모자라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투자자는 당연히 원금손실도 감내한다. 이때 저출산 극복을 위한 예산이 투자자금으로 확보됐기 때문에 정부는 원래 사용했어야 할 예산을 모아두었다가 투자기간이 끝난 후 투자원금 상환과 배당금 지급에 사용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제로 출산아 수를 늘릴 수 있는지 여부인데, 대상으로 삼는 지역이 시·군·구 수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전국을 동일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세밀함이 부족하다. 만일 하나의 기초자치단체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출산과 관련되는 그 지역만의 특수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 출산아를 늘리는 실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2015년 경기도 과천시에서 492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면밀한 분석을 통해 2018년에 약 50명이 더 태어나게 하는 일은 한 번 도전해 봄직하다.

출산을 복지로 접근하면 출산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복지는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복지 혜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복지정책은 정치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에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투자는 그렇지 않다. 만일 투자가 성공하면 출산아 수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도 좋고 배당금을 받는 투자자도 좋다. 또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지방정부도 좋다. 만일 실패하면 투자자는 그만큼 손해를 입지만 최소한 공익에 투자했다는 보람은 남는다.

이러한 주장을 황당무계하다고 느끼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관성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황당무계 속에서 생각지도 않던 돌파구를 찾을는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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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보건대학원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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