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주택정책 제자리 찾아야 기사의 사진
한 달 전 정부가 서울 강남 등 일부 부동산 시장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적용한 11·3대책의 효과와 더불어 미국의 금리 인상, 폭증하는 가계부채, 부정적인 경제전망 등이 한꺼번에 부각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앞날이 어둡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비관론을 기반으로 일부에서 벌써 경착륙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요구대로 또 언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정 난맥상이 도처에 나타나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주택정책 당국은 이 난국을 발전적으로 수용해 그동안의 정책 방향을 반성하고 진정한 주택정책의 책임부서로서 그 역할을 다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주택정책의 대상이 돼야 할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의 주택정책은 혜택은커녕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집값 상승을 통한 소비 촉진 및 경기 활성화, 금융기관 부실화 방지 등을 근간으로 함으로써 무주택자의 희생 위에 부동산 보유자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초점을 두어왔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내리는 것은 큰 걱정거리로서 재빨리 대응해 왔지만 집값 상승에 편승해 오르는 전월세로 고통받는 무주택 서민에 대해서는 생색내기 수준의 정책으로 포장해 왔다. 아파트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강남지역의 재건축 시장이 국가적으로 우려할 문제인가? 주택정책의 주된 대상이 돼야 할 서민들은 수십억원짜리 주택의 가격 변동과는 무관하며 관심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논리가 동원되고 있다. 임대소득에 과세하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주장과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는 항변이 나오지만 이러한 사항들은 관련법 개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재론의 여지 없이 부동산 보유로 소득은 얻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는 제대로 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더구나 임대주택에 대한 비과세는 다주택 보유를 유도하고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지탱해줌으로써 결국 부동산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국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부동산 공화국, 강남 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주택정책이 본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제자리 찾기는 몇 가지 정책 기조의 전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주택정책이 돼야 한다. 집값 상승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기보다 상대적으로 주거 상황이 열악한 국민들에 대한 주거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자기 집을 가진 가구보다 임대주택 거주자에게 정책적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중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최하위층이 아닌 무주택 서민가구, 즉 주택정책의 사각지역에 있는 가구에 대해서도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집을 갖도록 소유를 촉진하는 정책보다 주거비에 대한 부담 능력을 높여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하는 서민들에 대해 정책 우선권을 두는 것은 주거기본법의 법정신에 부합하며, 지난 10월 유엔 해비타트 III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포용적 정책을 강조한 시대적 흐름과도 들어맞는다. 어지러운 국정 현실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바를 헤아려 차제에 주택정책이 환골탈태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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